서킷시티 파산 신청, 삼성·LG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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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가전전문 유통업체인 서킷시티(Curcuit City)가 현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각) 미국 2위의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서킷시티에 LCD TV 등 전자제품을 공급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서킷시티는 전자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모두 6억5000만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억1590만달러, LG전자(제니스 포함)는 4110만달러의 채권이 있다.

 일단 삼성과 LG는 서킷시티 영향은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디지털TV를 비롯한 IT 기기를 주로 공급해 왔지만, 현지 유통 채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고, 서킷시티가 당장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유통 정책의 변화를 꾀할 계획은 없다”며 “법원의 결정과 서킷시티의 자체적인 자구책, 향후 경기 추이를 봐가며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채권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고, 미국 전체 매출(130억달러)에서 서킷시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5% 미만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서킷시티에 대해 보유 중인 매출 채권 전액은 보험에 가입돼 있어 회수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현지 마케팅 및 유통 채널 전략의 변화 여부는 아직까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기본적으로 미국 가전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과 안정적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며, 당장 이 같은 전략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내 소매 유통업체들의 파산과 폐점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조사들의 미국향 유통 전략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킷시티 파산 신청 자체보다 미국 시장에서 경기 침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미, 유럽의 경기 침체에 따른 글로벌 IT 완제품 수요 감소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미국 전자전문 전문점은 어떻게 운영되나

 베스트바이, 서킷시티 등 미국 전자제품 전문점은 월마트 등 할인점과 더불어 국내 주요 가전제품의 미국 진출 창구라는 점 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가전 시장은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전문 양판점 및 용산·테크노마트 등의 집단상가와 삼성전자·LG전자의 직영점으로 크게 구분된다. 국내 판매량의 절반가량은 가전업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유통 자회사 및 대리점 등에서 이뤄진다. 여러 회사의 제품을 파는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전문점이 이 같은 직영·대리점과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와 달리 전문점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전자 전문점의 판매 비중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4∼5년간은 월마트 등 할인점이 가전 제품의 비중을 늘리면서 점유율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의 소규모 유통점들은 오디오·비디오·게임·PC 등 특화된 분야를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또 애플 등은 ‘애플스토어’와 같이 자사 브랜드숍을 두고 유통을 하기도 한다.

 국내 가전 유통구조는 대체로 유통업체가 가전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모두 구입, 재고 부담을 안고 판매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판매에서 제조사의 영향을 국내에 비해 덜 받으며 또 자사가 보유한 제품을 소유한 뒤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