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톡옵션에 `골머리`

주가 폭락에 인력 이탈 등 우려

 실리콘밸리가 주가 폭락에 이어 스톡옵션 처리 문제로 두 번 울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톡옵션은 유능한 인력 흡수를 위한 핵심 수단이자 이익을 주주들과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도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최근 나스닥의 매도폭주(selloff)로 ‘옵션의 행사 가격보다 가치가 떨어진 스톡옵션(underwater option)’이 넘쳐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실정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 위기 이후 스톡옵션이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업계의 핫이슈로 부상, 내년초 주총 시즌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급여조사업체인 이퀄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상장기업 중 80% 이상이 10월 말 현재 권리행사 가격 이하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직원과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줬던 스톡옵션은 이제 양측 모두에게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주주들은 재평가가 주당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를 주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후의 한 임원은 “4년전 입사 당시 받았던 스톡옵션이 이제는 쓸모 없게 됐다”며 “내가 입사한 뒤 들어온 모든 직원의 상황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탄했다. 야후의 최근 주가는 5년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구글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콜린스 애가월 애널리스트는 “2만명의 구글 직원 중 3분의 1 이상이 옵션의 행사 가격보다 현재 주식 가치가 낮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핵심 인력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자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AMD는 권리행사 이전의 스톡옵션 99%에 대한 재평가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2주 동안 76%나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AMD의 사례가 실리콘밸리 스톡옵션 문제 해결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코 녹록치 않다고 전망했다.

 리스크메트릭스그룹의 팻 맥건은 “투자자들이 입은 상처는 생각보다 깊다”며 “큰 폭의 주식 재평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들은 가치가 하락한 옵션을 행사권리 가격이 낮은 옵션과 교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팻 맥건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회에 논란거리였던 스톡옵션 관련 규정을 아예 변경해 스톡옵션 부여 대상자에서 임원들을 제외하거나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받기까지의 기간을 단축시키는 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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