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0시(한국시각 오후 2시) 시작된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승전보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또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게 되면 새 권력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 장악하게 돼 워싱턴 정치에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투표함 뚜껑이 열린 뉴햄프셔주 북부 산골마을 딕스빌 노치에선 오바마가 15표를 얻어 6표에 그친 매케인을 물리쳤다. 민주당 후보가 딕스빌 노치에서 승리하기는 지난 1968년 허버트 험프리 이후 40년만에 처음이다. 또 같은 시각 치러진 뉴햄프셔 하츠로케이션의 투표에서도 17대 10, 오바마의 압승으로 끝났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을 5∼11%포인트 정도 앞섰고, 승부를 결정짓는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에서도 절반인 270명을 크게 웃돌았다. 갤럽이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55% 대 44%로 오바마의 승리를 점친 것을 비롯, CBS뉴스 51% 대 42%, NBC뉴스-월스트리트 51% 대 43%, 라스무센 52% 대 46%로 모두 오바마의 당선을 예상했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도 오바마가 50% 대 43%로 공화당 존 매케인을 꺾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는 지난 9월 중순 이후 실시된 170여 차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매케인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줄곧 우위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대세를 굳혔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미 대통령 선거는 동부지역 뉴햄프셔 딕스빌 노치에서 시작돼 시차에 따라 서부지역으로 진행되며, 5일 오전 1시(한국시각 5일 오후 3시) 알래스카와 괌을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당선자 윤곽은 격전지가 몰려있는 동부와 중서부 투표가 모두 끝나는 4일 오후 10시(한국시각 5일 정오) 이후나 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대선일 전에 30개주에서 실시된 조기투표에 역대 최대 규모인 전체 유권자의 25% 가량이 참여해 민주당 존 F 케네디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던 1960년 대선 당시의 62.8%를 넘는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선거 과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 부정 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주요 경합 지역 중 하나인 버지니아주에서는 투표 시간 연장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다. 주 내의 흑인 밀집지역에 투표 기계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투표시간을 연장해 달라는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의 요청을 지역 판사가 거부한 것이다.
대선과 함께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5명을 교체하는 상원 선거, 정원 435명을 전원 재선출하는 하원 선거, 11개주의 주지사를 선출하는 의회 및 주지사 선거도 동시에 치러졌다. 상원선거의 경우 개선이 이뤄지는 35석 가운데 민주당은 13∼2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화당은 13∼19석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49석을 가져 상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달성은 물론 최대치인 21석을 보탤 경우 공화당의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슈퍼 60석’ 달성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하원선거에서도 현재 236석에서 25∼30석 정도 추가, 최대 265석 정도까지 늘리면서 다수당 입지를 더욱 확실하게 다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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