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올들어 오티스를 누르고 국내 승강기시장 선두자리를 굳혔다. 저가 공세로 프리미엄 전략을 무력화한 셈이나 경쟁사들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앟는 영업 전략이라며 현대측을 비판했다.
4일 지경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3분기까지 국내에서 새로 설치된 승강기 댓수는 총 2만190대로 이중 현대엘리베이터가 34.8% 점유율로 오티스(26.3%)를 따돌리고 1위 업체로 등극했다. 3위 티센크루프는 14.2%로, 4위 미쓰비시엘리베이터는 6.6%를 차지했다.
오티스는 과거 금성사 시절부터 승강기 내수시장의 지존자리를 40년 가까이 유지했지만 지난해 처음 설치댓수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덜미를 잡혔다. 선두 경쟁을 벌이는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1∼2%로 근소했지만 올해는 8%까지 벌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부터 공세적인 가격전략으로 점유율을 크게 늘리더니 올해는 새로 설치된 승강기 셋 중 하나는 현대 브랜드가 붙게 됐다. 반면 오티스는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다가 현대측의 가격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정체됐다. 3위 티센크루프도 현대와 내수경쟁으로 전년보다 점유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났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약진은 설치물량이 많은 아파트용 보급형 승강기시장을 거의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기어 없는 승강기 ‘루젠’는 저렴한 가격에 관리비도 적게 나와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베스트셀러 상품이 됐다. 지난 8월에는 월별 설치 대수가 처음 1000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경쟁사들은 건설경기 위축으로 승강기 수주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현대측이 저가공세를 적정한 수준에서 자제하길 바라는 눈치다. 승강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가 승강기 시장을 이끄는 선두기업이 됐으면 업계 전체의 수익성도 고려한 영업전략을 펼쳐야 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한편 설치댓수가 아닌 매출규모에서는 대당 설치단가가 높은 오티스가 현대엘리베이터보다 여전히 앞선 것으로 추산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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