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지금이 대·중소 상생협력 적기다

 “우리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와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 등 당연히 뜯어 고쳐야 할 것을 요구해왔지 아무 이유 없이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 만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열변을 토하며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도 중소기업이 바로 서지 않으면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즉 99%의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맡는다는 의미로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역할을 압축해 대변하고 있다.

 지난 8월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를 보면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998년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 부문의 일자리가 해마다 늘어 총 247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반면에 같은 기간 대기업 일자리는 129만7000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기업이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꾸준히 고용 창출을 이뤄냈다는 얘기다.

 이런 중소기업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은행은 만기 대출을 연장하지 않으려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 헤지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가입했던 키코(KIKO)는 환율급등으로 오히려 부메랑이 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납품단가 원자재 가격 연동 문제, 청년 취업 대기업 집중 등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대기업과의 ‘갑을 관계’는 좀처럼 풀기 어려운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내부 반목에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IT업체 인텔은 인텔캐피털을 통해 자사 유관 벤처기업 40여곳에 지금까지 약 40억달러를 투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이는 미국판 대·중소 상생협력의 대표 사례다. 인텔뿐만 아니라 시스코나 모토로라도 중소기업의 혁신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흡수하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일부터 7일까지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주최하는 ‘2008 상생협력 주간’이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추진돼오던 대·중기 협력 관련 행사를 한데 모아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마련됐다. 특히 40여 대기업과 300여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중기 판로 개척을 위한 구매 상담회도 열린다고 한다.

 물론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은 대기업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련기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에서 “내가 기업 프렌들리라고 하니까 대기업 프렌들리라고 하는데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사실상 없다”며 “정부가 세운 정책은 대부분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30일 열린 세계 지도자포럼에 참석해서는 고용효과가 높은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쪼록 이번 ‘2008 상생협력 주간’을 맞아 대·중소기업이 서로 협력해 발전하는 문화와 거래관행를 정착시켜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에 튼실한 중소기업이 많아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홍승모 부장 sm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