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IT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암울한 전망을 쏟아낸 가운데 월가의 전문가들이 최근의 불황이 지난 2001년 최악의 금융 쓰나미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27일 EE타임스는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라, 지금은 2001년이 아니다(Don’t panic, it’s not 2001)’는 제목의 보도에서 혹독한 불황 속에서도 IT 업계의 미래가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이 같은 낙관의 배경을 놓고 첫째, 현재의 IT 시장이 지난 2001년 인터넷 벤처 붐 당시처럼 절정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가 곤두박질치는 양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매출 감소 비중이 과거처럼 가파르지 않을 뿐더러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방식도 상대적으로 가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번째로 IT 산업계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 업체들이 그동안 고비용 설비를 줄이고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 경기침체로 인한 현금소진 비율이 한정적인데다 위험요소들이 타 산업 영역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신은 또 IT 시장이 성장이 두드러진 신흥시장을 적극 발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버팀목이라고 덧붙였다.
IT업체들의 현금이 지난 2001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EE타임스는 2001년 당시 다수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의 광풍에 휩쓸려 무차별 차입경영을 했던 것과 달리 현재 대표적인 IT 기업들은 담보나 부채를 최소화하고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제 위기 속에서 오히려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케빈 M 케슬 JP모건 뉴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후퇴가 기술업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인 기업들의 공급망 구조와 위치가 지난 2001년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IT업계가 또 한 번 2000년대 초의 위기를 되풀이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데일 포드 아이서플라이 수석 부사장은 “일례로 신용위기는 반도체 시장에 단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월가 기업들의 전기설비 수요 감소에서 출발해 이것이 일반 소비자의 지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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