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다윈씨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한음 옮김, 승산 펴냄.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새로운 종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그 이론이 바로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발표 이후 거의 150년 동안이나 생물학과 의학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진화론의 뿌리가 자연선택설에 있었고, 이 자연선택설은 영국의 산업자본주의 발전과정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훗날 H 스펜서의 ‘사회다윈주의’로 이어져 생존경쟁설에 따라 인종차별 및 약육강식을 합리화하거나 강대국의 식민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윈은 오늘날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진화론의 형성 과정을 정밀하게 다룬 이 책은 21세기에 다시 쓰여진 다윈의 전기나 다름없다. 다윈 학설의 모순을 지적한 생물·유전학자들의 다양한 이론과 이를 접한 당시 다윈의 곤혹스러운 심정까지도 표현했다.
과학저술가인 저자 데이비드 쾀멘은 다윈의 비밀 ‘변형’ 공책들과 사적인 편지들을 토대로 꼼꼼하게 인간적인 다윈의 초상을 그려내는 한편 그의 연구를 상세히 설명한다. 그는 다윈의 인간적인 약한 모습과 과학적인 업적을 두루 담아낸다. 또한 다윈의 위대함과 명성이라는 장막 뒤로 독자들을 데려가서 그 위대한 과학자가 조용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기쁨, 투쟁, 슬픔을 상세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다.
책은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귀국한 후부터의 이야기를 다뤘다. 항해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생각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킨 과정들이 담겨 있다. 이 점에서 다윈을 다뤘던 여느 책과 다르다.
신중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영국의 은둔 생물학자, 비둘기 사육자이자 따개비의 가까운 친구, 자식을 끔찍이 사랑한 가정적인 아버지, 당구광, 딱정벌레 채집가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다윈의 모습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내년 탄생 200주년을 앞둔 시점에 거창한 진화론의 다윈이 아닌 소박한 생물학자로서의 다윈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다. 1만7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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