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IMF 외환위기때완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라디오 `노변담화`가 13일 마침내 전파를 탔다. 이 대통령이 이날 방송에서 강조한 요지는 결국 한국전쟁 이래 최대 위기였던 11년전과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고 희망이 있으니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기업인 시절 경험을 되살려 금융권에는 "비오는 날 기업들의 우산을 빼앗지 말아줄 것"을, 일반 국민들에게는 "기름 절약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도와줄 것"을 주문했다.



◇ "경제상황 11년전과 다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IMF 외환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시중에 퍼지고 있는 `외환 위기론`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과 1997년 12월1일 협상을 타결할 당시 우리나라의 가용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에도 못미칠 정도로 말 그대로 `곳간이 빈` 상황이었다. 협상 타결 뒤인 이 해 마지막 날인 12월31일 한국은행에 보관중인 외환보유액도 84억4천만 달러에 그칠 정도였다.

지난해만 해도 과다보유 논란이 일었던 외환은 올해 들어 225억 달러나 줄었다고 하지만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여전히 2천396억7천만 달러다.

그간 외환보유액이 이런저런 용도로 함부로 쓸 수 없는 사정이어서 가용액이 300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97년에 비하면 (외환보유액이) 27배나 많다"면서 "이 돈도 모두 즉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11년전과 다르다고 강조한 또다른 근거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도다. 기업부문의 부채비율만 해도 1997년에는 425%가 넘어 금리가 몇 %포인트만 올라도 현상유지가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 상장사 부채비율은 90%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7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예대율(CD포함)은 105.4%로 은행 부문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작년 말 기준 가계부문의 금융부채 대비 가처분소득 비율은 148%로 미국(139%), 일본(117%)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나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은 주요국에 비해 예금, 현금 등 유동성 자산비중이 높아 채무상환 재원으로 용이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 "비오는 날 우산 빼앗지 말아달라"

이 대통령은 금융권에 대해 회사 제품을 못 팔아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아 문을 닫게 되는, 이른바 흑자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는 언급도 했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경기둔화 등을 우려해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을 바짝 죄면서 중기들이 경영난에 처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은행들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지난 4월 7조3천513억 원에서 9월에는 1조1천99억 원으로 급감했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새 대출을 얻기 힘든 상황이며 건설업, 부동산업, 음식·숙박업 등 경기 민감 업종은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이 어렵다.

특히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환율 급등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들은 이중 고를 겪고 있다. 키코에 가입한 517개 기업의 손실은 8월말 기준으로 실현 손실 6천434억 원, 평가 손실 1조509억 원 등 총 1조6천943억 원이나 되는데다 당시 1,089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400원대까지 폭등해 수조 원 이상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한 102개 기업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68.6%가 부도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키코로 손실을 본 중기에 신규 대출이나 출자 전환 등을 하도록 하고 신용보증기관이 특별 보증하는 방식으로 긴급 유동성을 지원키로 해 일단 한숨을 덜었지만 환율 폭등세가 지속함에 따라 키코 관련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어 정부나 은행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류 10%만 아끼면 경상수지 적자 반전"

이 대통령은 달러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해 국민들에게 `허리 졸라매기`도 요청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 내외이며 원유 수입액이 1천100억 달러로 예상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10%만 아껴 원유 수입액 110억 달러를 줄일 수 있다면 경상수지도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의 언급 요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47억1천만 달러 적자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8월 경상수지 적자는 125억9천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런 경상수지 악화에는 고유가로 에너지류 수입이 급증한 영향이 절대적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만해도 에너지류 수출입차는 714억 달러 적자로 작년 동기보다 273억 달러나 늘어난 형편이다.

경상수지 항목 중에서 적자폭이 가장 큰 서비스 수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137억 달러 적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여행이 5월 이후 4개월 연속 줄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억 달러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적잖은 규모다.

문제는 금융 및 실물경기 불안에 환율문제가 겹치면서 국내 소비마저 위축돼 실물경기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8월 소비재 판매액지수는 1.5% 증가에 그쳐 7월(3.9%)보다 하락했고 소비재 출하지수 증가율도 -0.2%로 소비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국내 소비를 늘려달라"고 당부할 만큼 지금 우리 경제는 빠져나가는 달러를 막고 내수도 살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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