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공격적 경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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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생뚱맞은 얘기냐?’는 말을 들을지 모르겠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로 번지고 급기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다. 맞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시절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예정된 투자를 보류하고 인력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특별한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다른 길을 택한다. 불경기에 대비하지만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되레 공격적으로 경영한다.

 워런 버핏은 미 월가가 요동치던 지난주 골드만삭스와 GE에 각각 50억, 30억달러 투자를 선언했다. ‘투자의 현인’이라는 그도 구제금융안 처리 이후 다우지수 10000포인트가 무너질 줄 몰랐을 것이다. 그래도 버핏은 그 많은 기업 중에 투자한 두 기업의 성공을 확신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NBC, CNN 등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경제가 다소 침체될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경기 후퇴나 불경기는 오지 않을 것이며 기업의 투자 의지도 크게 붕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을 보면 그도 내심 경기 침체를 걱정하나 보다. 그래도 확신에 차 있다. 그는 “금융위기 후 미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는 기업인과 과학자들의 혁신 정신과 탄력성에 달렸다”면서 “경제 회복의 희망인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감(感)’에 따른 발언이 아니다. 콘트라티예프나 슘페터와 같은 경제학자는 이미 학문적으로 검증했다. 경기 침체기마다 중요한 혁신이 일어나 경기를 회복했다는 이론이다.

 세계를 주무르는 초일류 기업과 투자자가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같을 수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과 전자산업으로 좁혀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통신인프라와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다. 세계를 휩쓰는 정보통신 혁명의 핵심 분야들이다.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려면 투자와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 이미 학습했다. 삼성과 LG는 일본의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침체기에 설비 투자를 줄이는 틈을 타 이들을 앞질렀다.

 누구도 투자하지 않는 침체기에 투자하면 좋은 게 많다. 비용이 덜 들고 속도도 빠르다. 마냥 설비투자만 늘리라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좋다. 부품소재와 같이 선진국에 열세인 분야라면 더욱 좋겠다. 경쟁력 있고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면 과감하게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때다.

 물론 쉽지 않다. 주주 눈치를 봐야 한다. 오너도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과감한 ‘베팅’이 힘들다. 금융권은 자금의 대출보다 회수에 골몰한다. 정책 당국도 눈앞의 금융 위기만 볼 뿐 실물 경제의 붕괴를 보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언제 정부와 은행 덕을 봤던가.

 세계 금융과 실물 경제 위기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 아무리 나빠도 IMF 한파만큼 하겠는가. 이 한파를 극복한 일등공신도 우리 IT기업들과 벤처였다. 새 ‘콘트라티예프 사이클’만큼은 우리가 한번 주도해보겠다는 도전정신을 갖자. 그래야 우리도 삼성과 LG를 인텔·GE·MS와 같은 ‘특별한’ 기업으로 키우고, 우리 벤처기업도 퀄컴처럼 성공시킬 수 있다. 우리 기업인들에게 건네는 말이지만, 정부와 은행이 더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신화수 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