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닌텐도의 1인당 이익은 약 160만달러(약 21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골드먼삭스의 124만달러, 구글의 62만6000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고수익 기업의 대명사인 두 회사를 뛰어넘는 수익창출의 비결은 뭘까.
FT는 그 이유를 △철저한 아웃소싱 전략(닌텐도의 직원수는 3000명 미만) △두 회사에 비해 낮은 연봉(닌텐도 연봉 9만900달러, 골드먼삭스 연봉 66만달러) 등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만으로 닌텐도의 경쟁력을 논하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숨겨진 또다른 비결을 소개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높은 투자 효율성=닌텐도는 다른 기업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금액을 연구비로 쏟아붓는다. 지난해 370엑엔(약 4860억원), 올해 400억엔(약 5260억원)이 책정돼 있다. 물론 소니는 연간 900억엔(약 1조1830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하지만 소니가 닌텐도 만큼 돈을 벌지는 못한다. 닌텐도는 높은 스펙의 게임기를 만들기보다는 여러가지 타입의 게임기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시장반응이 좋지 않으면 주저없이 과감한 개량작업에 들어간다. 이게 닌텐도와 소니의 차이점이다.
닌텐도의 게임기가 모두 시장에서 성공한 건 아니다. ‘닌텐도64’ ‘게임큐브’는 실패한 모델이다. ‘닌텐도DS’가 처음 출시됐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시장분석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했을 정도다. 닌텐도는 끊임없는 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개량제품인 ‘닌텐도DS Lite’를 내놨고, 지금의 대박신화를 일궈냈다.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닌텐도는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 죽기 살기로 마음먹고 경쟁업체와 싸우려든다면 과당경쟁에 따른 출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콘솔의 본체 가격이나 게임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큰폭으로 인하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를 궁지에 몰 수도 있다. 하지만 닌텐도는 그같은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후발경쟁업체가 자신을 따라올 때쯤 되면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출시해 다시 격차를 벌려놓는 게 닌텐도의 전략이다. 어찌보면 인텔과 AMD의 중앙처리장치(CPU) 경쟁과도 닮아있다.
◇사각지대는 없나=그렇다고 닌텐도가 영원히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파괴력있는 창조적 기술기업이나 제품이 등장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트랜스메타가 저전력 CPU를 개발해 인텔을 위협했듯 창조적 기술은 기존의 강자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또 닌텐도가 해외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고수익을 내고 있다지만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의 발달로 일본 내부에서처럼 게임기의 이용시간이 줄어들고 게임소프트웨에어 대한 소비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분명한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최정훈기자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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