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국정감사에 거는 기대

 올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왔다. 덕분에 제사상에 늘 올라가던 제철 과일을 못 구해 난감해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예로부터 추석이면 그 해에 거둬들인 풍성한 햇곡식과 과일을 차례상에 올리고 조상님께 감사의 예를 올리곤 했다. 돌봐주신 덕분에 이만큼의 양식을 수확할 수 있었음을 감사드리고 다음해 농사도 풍년이 들게 해 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추석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요즘 관가와 정부 산하기관, 여의도 국회는 또 다른 추석을 보내기 위해 땀방울을 흘린다. 한 해 동안 행정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열심히 경작한 정책이 잘 됐는지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조사하고 감시하는 국정감사가 6일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몇 주 전부터 국회 각 상임위 의원실이 질의 자료를 요구했다. 해당 부처는 답변자료 준비를 마무리했다. 국정감사철은 벌써 시작된 셈이다. 막바지였던 지난 주말은 올해 마지막 연휴였지만 중앙부처 관료들과 산하기관 관계자들, 국회의원·보좌관들에겐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한 정부의 답변자료는 두꺼운 책자나 CD로 제작돼 국회로 보내진다. 그러면 다시 국회의원들은 답변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준비하고 정부에서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가며 답변자료 만들기에 들어간다.

20일 동안 계속되는 국감 기간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예산을 엉뚱한 데 쓰진 않았는지, 인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땀깨나 흘리는 기관장도 심심찮게 보인다. 초·재선 의원의 송곳 같은 질문에 뜨끔해하는가 하면 연배가 한참 어린 의원에게 훈계조의 설교를 들으면서도 표정관리를 하는 관료들, 참지 않고 소신을 주장하는 관료도 있다. 더욱이 올해는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국감의 강도는 여느 해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온다. 부처 통폐합에 따른 업무 효율화에서부터 산하기관 통폐합 문제, 여전한 부처 이기주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대책, 키코(KIKO)로 인한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 문제 등 이슈로 꼽히는 사안이 즐비하다. 국감 증인채택도 쉽지 않다. 대기업 총수에서부터 전직 고위관료에 이르기까지 외부 노출을 꺼리는 인사가 많아 골치를 앓기도 한다.

각종 의혹과 비리도 제기되고 때로는 정쟁이나 지역구 싸움으로 확산돼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당별, 지역구별 다툼이 일어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작년 국감 때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소속된 일부 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중요한 건 국감이 국감을 위한 도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한 번은 거친다는 홍역 정도로 여겨져선 곤란하다. 몇 달간 밤샘하면서 준비한 노력이 단지 20일간의 국감용으로 그치기엔 허무하다. 정부부처도 국감 기간만 잘 보내면 끝이라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할 것이다. 작년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먼저 확인하고 새로운 사안을 다뤄도 충분하다. 국민의 세금은 국감장에서 벌이는 정치인의 정치 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책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린오션팀·주문정부장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