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글로벌 시장 선점과 미래 준비 차원에서 연말까지 5조4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경기 불황으로 기업 투자가 얼어 붙은 상황에서 LG의 이번 결정은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립 중인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는 TFT LCD 8세대와 6세대 신·증설, 서초 연구개발(R&D) 캠퍼스 건립, 2차전지, 편광판 라인 증설 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연말까지 5조4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LG는 이미 8월까지 5조9000억원을 쏟아 부은 데 이어 이번에 5조4000억원을 추가하면 그룹 차원에서 올 한해 투자 규모만 11조3000억원을 웃돌게 됐다.
LG는 특히 하반기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을 LG디스플레이와 실트론 구미 생산 시설을 늘리는 데 쓸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6세대 LCD라인 증설에 1조원, 실트론의 300㎜(12인치) 웨이퍼 라인 증설에 2700억원 등 총 1조27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LG 측은 이번 추가 투자로 구미 사업장에서 2000여명의 일자리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1조원에 이어 내년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6세대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6세대 라인은 2006년부터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노트북용 LCD를 주로 생산 중이며 증설 라인은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한다. LG 측은 생산라인 증설로 가장 성장성이 높은 16대 9 화면비 구현 노트북용 LCD 시장을 선점해 LCD 분야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웨이퍼 분야 세계 5위 업체인 실트론에도 지난해와 올해 3600억원을 투자해 300㎜ 웨이퍼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지난해 900억원에 이어 올 연말까지 2700억원을 추가 투자해 300㎜ 웨이퍼 1차 증설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생산설비 투자를 끝내면 300㎜ 웨이퍼 월 생산량은 25만장에서 35만장으로 늘어난다. 실트론은 또 그룹의 태양광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이천 공장에서 솔라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체제를 갖추었다고 덧붙였다. 실트론 측은 “2010년까지 두 자릿 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300㎜ 웨이퍼 시장을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트론은 차세대 웨이퍼 규격인 450㎜(18인치) 공정 투자도 검토키로 했으며 내년 초 ‘LG실트론’으로 회사 이름도 바꾸기로 했다.
LG 측은 “미국 금융 위기, 환율과 유가 불안 등 대내외적인 경영 변수가 많지만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G 구본무 회장도 임원 세미나 등을 통해 “미래 준비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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