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유가는 일반 미국인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곳 보스턴에서도 갤런당 4달러를 넘던 휘발유 가격이 3달러대로 진정되기는 했지만(미국 전체 평균=현재 3.72달러) 겨울 난방비가 작년 대비 20∼30% 더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 보도는 안 그래도 어려워진 경기 여건으로 팍팍해진 미국 중산층의 마음에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바이오나 풍력, 조력, 태양광 등의 청정 에너지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투자 및 각종 혜택 제공 등을 거쳐 이러한 기술들이 보다 빨리 개발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가가 한참 낮았을 때와 달리 이러한 대체 에너지들의 경제적 경쟁력 상승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기술 중에서도 특히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태양광 소자 생산량에서 절반을 넘는 일본과 유럽의 생산량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의 ‘솔라 아메리카 이니셔티브(Solar America Initiative)’라는 움직임을 통해 투입된 자금과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큰 도움을 받고 있기에 가능하다. 연구자금 투입, 여러 가지 보조와 혜택 등으로 시스템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고 세제 혜택을 이용해 시장에 도입되기 쉽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보스턴도 작년에 13개 도시 중 한 도시로 선정돼 ‘솔라 보스턴(Solar Boston)’이라는 기치하에 태양에너지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바 있다.
현재 태양광 소자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결정질 실리콘을 이용한 소자지만 원재료인 실리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전반적인 공급이 부족한 점은 갈 길이 급한 가격 하락 경쟁에서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늘리는 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태양광 소자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은 이러한 가격 상승 및 공급 부족 현상이 단기적으로 끝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안정적으로 저가에 실리콘을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실리콘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비상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대두된 것이 박막형 태양광 소자인데, 얇은 두께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원료 소모량이 적고 가볍기 때문에 휴대가 가능한 기기에 응용되기가 수월하다.
전체 태양광 소자 성장률에 비해 성장속도도 빨라, 전체 생산량에서 현재 수%도 안 되는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2015년에는 10∼15%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되고 있는 박막형 태양광 소자들은 주로 2세대로 분류되는 것들로서, 비정질 실리콘 기반 소자, 카드뮴 텔루라이드(CdTe) 기반 소자, 구리인듐갈륨셀레나이드(CIGS)를 기반으로 한 소자 등이 있다. 하지만 CdTe 기반 소자는 Cd의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비정질 실리콘 기반 소자는 결정질 실리콘 기반 소자에 비해서는 특성이 떨어지나 저비용 생산이 가능하고 원료 소비량이 적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CIGS 기반 박막형 소자는 실리콘 기반이 아닌 소자 중에서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고 (미국 재생에너지 연구소 발표 19.9%, 2008년) 원료 및 생산에 드는 비용이 매우 적으며 휠 수 있는 기판에 제작이 가능해 다양한 응용분야를 고려할 수 있기에 매우 기대되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양이 정면으로 비치지 않을 때와 입사량이 적을 때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등 기술적으로 유리한 면도 많다.
이러한 CIGS 소자를 제작하는 것은 일반 반도체 제작 공정에 이용되는 진공 공정인 화학적·물리적 기체 증착법을 이용하는 방법과 에너지 변환 효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매우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잉크젯으로 분사해 증착하는 방법, 전기도금법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양한 기술 중 어떠한 기술이 살아남을 것이며 그러한 기술들의 도입으로 인해 난방비를 걱정해야 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언제쯤 올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노스앤도버(미국)=이재형 미국 롬앤하스 연구원(공학박사) yijh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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