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로 대형 은행 도산과 매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합병은행의 도메인이 잇따라 선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을 선점하거나 투기하는 행위를 일컫는 이른바 ‘사이버스쿼팅’이 혼란에 빠진 금융권을 중심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
22일 BBC에 따르면 최근 합병을 발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를린치, 로이즈TSB와 HBOS의 합병 도메인이 이미 등록됐으며, e베이를 통한 경매까지 시도됐다. 대표적으로 bankoramericamerrillynch.com과 bofaml.com이다. 또 매각에는 실패해 파산신청한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버클레이스, HSBC, BOA 등 리먼 자산을 매수할 업체로 거론되는 은행 주소와 조합한 도메인이 다수 등장했다. 구체적으로 barclayslehman.com, hsbclehman.com, hsbclehmanbrothers.com, bankofamericamerrillynch.com, bofaml.com 등이다. 특히 로이즈TSB와 HBOS의 경우, 두 회사가 합병을 공식 발표하기 이전에 합병도메인이 선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버스쿼팅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다각화됐다는 점이다. 수년 전만 해도 사이버스쿼팅은 잠재적 매수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도메인을 되파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광고 유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목적이다. 괜찮은 매수자가 등장할 때까지 해당 사이트에 클릭 당 광고 수익을 나눠주는 온라인 광고를 게재하는 것이다.
HSBC/리먼 사이트(hsbclehman.com)는 은행 간 인수 합병에 관한 뉴스 사이트처럼 꾸며져 있으나, 왼편에 각종 금융 서비스와 관련한 구글 광고를 유치해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영국 넷네임스 조너선 로빈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이버스쿼팅의 새로운 가치는 이처럼 온라인을 통해 현금을 직접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웹사이트 콘텐츠와 연계된 광고를 제공해주는 자동화한 소프트웨어까지 등장해 선점된 도메인 사이트의 인기를 올려준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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