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야 놀자](8)주파수는 국민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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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blee@kcc.go.kr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 크기는 얼마나 될까. 이것은 전파통신 기술에 따라서 달라진다. 기술이 발달한 만큼 높은 주파수 대역까지 ‘개발’해서 넓힐 수 있다. 산지를 개간하든가 해변을 간척할 능력이 있는 만큼 경작지를 늘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가용 주파수 대역은 전파(電波)의 전파(傳播) 특성 때문에 제한된다. 방송통신용으로 가용한 주파수 대역은 약 300㎓로 간주한다.

이 주파수 자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 가치는 주파수 자원을 얼마나 효용성 있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또한 주파수 위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도심의 토지값이 비싼 것처럼 전파특성이 좋은 1㎓ 이하 주파수 대역이 가치가 높다. 최근 영국은 주파수 자원의 가치를 424억 파운드로, 미국은 7710억 달러로 추정했다. 앞으로 방송통신 서비스가 더 다양해지고 경쟁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 가치는 계속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주파수 자원은 누구 소유인가. 토지가 그 나라 국민에 귀속되듯이 주파수 자원도 기본적으로 국민 재산이다. 국가 소유 토지는 많은 나라에서 상당 부분이 사유화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주파수 자원에 관한 한 어느 나라도 사유화를 허용하지 않고 국가가 관리한다.

국가는 주파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국가는 기본적으로 주파수 자원을 ‘개발’해서 방송통신 사업자들에게 소정 기간 동안 ‘임대’해주고 ‘임대료’를 받는다. 이때 주파수 ‘개발’이란 새로운 기술을 개발·적용해 새로운 가용 대역을 만들거나 자투리로 흩어져 있는 주파수 위치를 재배치해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임대료’는 기본적으로 전파 사용료이고, 사업에 따라서는 주파수 할당대가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 ‘임대료’는 주파수 자원의 ‘개발’에 드는 경비, 그리고 ‘임대’된 주파수가 간섭이나 장애 없이 사용가능하도록 유지 관리하는 경비 등으로 사용된다.

과연 우리나라도 주파수 자산을 그렇게 관리하고 있는가. 아직은 그렇지 않다. 체계적인 관리로 이행해가는 초기단계다. ‘임대료’ 납부 개념이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고, 주파수 사용효율도 낮은 편이다. 전파 특성이 우수한 1㎓ 이하 저주파수 대역은 TV방송이 408㎒, FM방송이 20㎒, 셀룰러 이동전화가 50㎒, 주파수공용통신(TRS)이 50㎒를 사용하고 있다. 이중 임대료를 내고 있는 통신서비스들은 주파수 효율성이 매우 높은 반면, 임대료를 내지 않는 방송서비스는 주파수 효율성이 매우 낮다. 전국 4500만 인구에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통신사업자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2㎓대역까지 모두 합해서 185㎒에 불과한 반면, 5개 TV채널을 전국에 제공하는데 1㎓ 이하 주파수 대역을 408㎒나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파수 자원 주인인 국민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그 혜택은 주파수 임대료에서 직접 발생하지 않는다. 주파수를 임대받은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그 주파수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그리고 그 서비스 제공의 결과로서 나타난다.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의 개발·제공 과정에서 산업 발전, 고용 창출, 국부 증가 등을 통해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그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의 삶에 편익을 주고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파수 자원 관리 책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 자원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효율성 있게 활용하여 정보통신기술(ICT) 성장 엔진을 가동시키고 인접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국민에게 편리하고 공정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는 책무가 있다. 그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파수 사용 원칙과 활용 정책을 확립한 후 사용이 저조한 주파수를 회수·재배치하고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주파수 활용도를 높이며, 주파수 사용료를 합리적으로 부과하여 주파수 개발·관리에 소요되는 경비를 조달해야 한다.

특히 2011년 6월로 800㎒ 대역 셀룰러 주파수 이용기간이 만료되고 2012년 12월로 디지털 TV 전환이 완료되는 점을 감안해 1㎓ 이하 대역에 대한 치밀한 활용정책을 수립하고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국민 복리 증진과 산업발전을 목표로 수립한 1㎓ 이하 저주파수 대역 이용정책들과 지난 3월 미국이 700㎒대역을 197억 달러에 경매한 내용 등을 주목하면서, 주파수 효율적 활용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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