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국가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학분야 세계 5위, 기술분야 세계 14위다. 좁은 영토, 부족한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끈 것은 인재의 힘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기술과 인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특히 연구개발을 주도해나갈 젊은 과학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전자신문은 IT·BT·NT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촉망받는 젊은 과학도를 소개한다.
◆ 최윤석 전자통신연구원 박사
최윤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컴퓨터그래픽(CG) 관련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구원이다. 그동안 ‘비사실적 렌더링(NPR) 기술’ 등을 개발하며,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기대가 높은 문화콘텐츠 분야를 이끌 과학도로 기대되고 있다.
최 박사는 학부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지만 영화 ‘촉산’에 적용된 CG에 매료돼 대학원에서 전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정했다. ETRI와는 대학원 재학 중 ‘시스템공학연구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이 인연이 고리가 돼 2년 전 ETRI에 입사했으며 CG기반기술연구팀에 소속돼 연구를 시작했다. 그가 처음 담당한 연구는 이미지 기반의 비사실적 렌더링 기술(NPR)인 디지털 초상화 시스템이었다.
최 박사는 “당시 연구 중이던 유화 기술은 결과 이미지를 얻기 위해 수행 시간이 10시간 가까이 걸리는 중노동 작업이었다”며 “시간 단축과 이미지 적용성 향상을 위해 알고리듬 분석 및 최적화, 프로그램 재구현 작업 끝에 10분 이내로 줄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개발된 디지털 초상화 기술은 30초 이내의 전시 버전도 만들어졌으며, 수차례의 전시회에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시연을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최 박사가 속한 연구팀이 개발한 NPR 기술을 통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는 지난해 중국 광저우 구이양시에서 열린 ‘아시아 애니메이션 코믹 콘테스트(AACC 2007)’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박사가 현재 연구하는 분야는 방·통융합 환경에서 사용자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실사기반 3D 콘텐츠 제작을 위한 풀 3D 복원기술이다. 여기서 최 박사가 맡은 분야는 여러 대의 카메라로부터 얻은 영상을 기반으로 3D 영상을 보는 듯한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기존 카메라 위치에서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에서 영상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현재 각종 스포츠 중계에서 한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는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연구원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영화 ‘매트릭스’에서 관객들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 부분은 주인공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라며 “매트릭스에 적용된 CG처럼 관객에게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규선 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35)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분야를 이끌어갈 젊은 과학도 중 한 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박사는 지난 4월 ‘초파리 신경펩타이드(sNPF) 신호전달이 ERK라는 효소를 통해 당뇨와 관련된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한다’는 공동 연구 논문을 네이처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연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이 박사의 주 연구분야는 초파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진로 선택에 대해 “꿈과 생명 현상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생명공학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며 “대학에 입학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 유리병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고 있는 20세기 유전학의 주인공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초파리 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한 추종길 중앙대 교수 연구실에서 초파리와의 연구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박사과정을 거쳐 생명연에서 초파리를 이용해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에서의 신경펩타이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0년에 초파리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공개된 후 인간의 질병원인 유전자의 70% 이상이 초파리에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것이 알려져 초파리는 인간 난치질환 연구에 중요한 모델로 부각됐다.
신경펩타이드는 신경세포에서 생산되는 신경호르몬으로 신경계와 다양한 조직간의 신호전달물질로 작용한다. 인간은 40종 이상의 신경펩타이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소화·혈액순환 등 기본적인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이 박사가 속한 연구팀은 그동안 신경펩타이드가 포유류와 초파리에서 공통적으로 비만과 식욕조절에 관여하며, 특히 당뇨의 원인 유전자인 인슐린 생산을 직접 조절하는 메커니즘 포유류의 췌장세포와 초파리에서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구명해 네이처지에 게재된 바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인슐린의 새로운 상위 조절인자를 찾아낸 것으로, 비만·당뇨·노화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생명공학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비만·당뇨 등 인류에게 주어진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는 것”이라며 “인간의 대사질환을 비롯한 난치질환에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 기능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민병철 과학기술연구원 박사
민병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38)은 정보처리와 정보저장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미래 정보혁명을 실현시킬 수 있는 주요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03년까지 LG전자 연구원으로 산업계에서 일하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지난해부터 KIST에서 본격적인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박사과정 중이던 2006년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민 박사는 “컴퓨터 전원을 켜면 사용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한참 시간이 걸린다”며 “켜자마자 바로 쓸 수 있는 컴퓨터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라고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전자 스핀을 이용한 메모리 연구로, 구체적으로 말하면 STT램(Spin Transfer Torque RAM)에 대한 연구다.
스핀메모리가 구현되면 마치 플래시메모리처럼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플래시메모리보다 기록속도가 10만배 이상 빠르고, 전력소모도 1만배 정도 작게 제작할 수 있다. 스핀메모리가 매우 빠른 동작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로 백업하는 S램을 대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D램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스핀메모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32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제조기술과, 나노 자성체를 제작할 수 있는 공정기술이 필요하다.
민 박사는 “스핀메모리를 값싼 가격에 양산할 수 있다면, 켜자마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의 실현이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스핀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회로는 스핀메모리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가 전원 없이 정보를 기억하게 만들거나, 전류가 아니라 전자스핀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가공할 수 있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스핀트랜지스터다. 스핀트랜지스터는 같은 일을 훨씬 작은 수의 트랜지스터로 해결할 수 있고, 전자회로의 전력소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양자 컴퓨터와 같은 혁명적인 개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 박사는 “스핀트랜지스터를 실현하는 일은 20년 동안 과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제가 수행할 연구는 바로 이 숙제를 풀어나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영규 화학연구원 박사
황영규 한국화학연구원 박사(39)는 나노 분야의 기대주다. 현재까지 50여편의 국제학술지 게재, 60여편의 국내외 학술 발표, 30여건의 국내외 특허등록·출원 등 연구업적이 뛰어나다.
황 박사는 재료 및 촉매화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화학연 신화학연구단에서 나노세공형 촉매 및 흡착소재의 원천과 응용기술 분야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황 박사는 22개 정부출연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청정화학 담당 부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황 박사의 관심 분야는 석유화학용 촉매 및 흡착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제올라이트, 메조세공체, 수소 저장소재, 이산화탄소 흡수소재 등의 마이크로파 합성과 응용연구 등이다. 그는 전통적 방식의 물질 제조방법이 아닌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나노촉매 소재의 신속합성 및 모양조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의 마이크로파 물질합성 연구 결과는 독일화학회지인 앙게반테 케미지 국제판 VIP논문 등을 포함해 최근 3년간 국제 학술지에 20여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최근에는 초다공성 유·무기 하이브리드 소재 표면을 기능화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 독일화학회지 국제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 박사의 현재 연구관심 분야는 하이브리드 나노세공체(MOF)의 마이크로파 합성법 및 응용연구다. MOF는 3차원 구조 내에 무기 작용기와 유기작용기를 모두 포함하고, 2000㎡ 이상의 초고표면적 특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응용성이 개발되고 있다.
MOF 물질은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발견된 물질 중 가장 큰 표면적(1그램당 4500㎡ 이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청정연료인 수소 및 천연가스의 저장 소재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분리·회수·저장 소재 △다량의 약물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약물저장·운반 소재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 합성용 나노촉매 소재 등의 응용연구가 진행 중이다.
황 박사는 “향후 원천소재로서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MOF 물질의 표면기능화 연구, MOF와 금속·산화물·고분자·바이오분자 등의 복합화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환경친화형 나노촉매, 에너지 저장 소재를 개발하겠다”며 “이와 함께 반도체·전자산업·자동차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 가능한 에너지 절약형 조습(습도조절) 소재의 원천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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