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인재양성] 기업인재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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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인재가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시대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짜여진 틀 내에서 관리를 잘하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외형을 키우고 표준화된 관리방식을 정착시키면 일정 수준의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는 창의적 인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전례가 없는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면서 기업을 끌고 나간다. 따라서 인재를 확보·양성하고 혁신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CEO의 본연의 임무로 떠오르고 있다. 인재들이 창조적 자발성을 발휘하고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하는 것이 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측면에서 인재들의 비교우위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우수인재 확보와 양성을 위한 투자를 감축하는 것은 향후 기업경쟁력 강화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최근 선진기업들은 핵심인력을 사내에서 양성하는 공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직과 특수직은 외부에서 스카우트할 수 있으나 핵심인력은 사내에서 양성한다. 핵심인력에 대해 입사초기부터 지속적인 관리와 관찰을 수행하는 한편 사내교육을 통해 직원을 리모델링함으로써 기업이념과 가치를 공유토록 한다.

사내교육을 통해 기업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차세대 핵심인력을 양성한 대표적인 기업은 GE로 GE가 운영하고 있는 크로톤빌 연수원은 이 회사의 핵심 인재 양성기지다.

크로톤빌 연수원은 1956년 설립되어 당시 피터 드러커 등 저명인사들이 강사로 활동했으며 이를 가리켜 ‘포천’지는 ‘아메리카 주식회사의 하버드’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잭 웰치 회장이 등장하기 전 즉 80년대 초까지 크로톤빌은 재무, 마케팅, 회계, 조직 행동론 등 경영학과 관련된 일반적인 과목들을 강의, 독서·토론·사례연구 등의 방법을 통해서 학습시키는 평범한 교육기관에 불과했다.

따라서 교육장에서의 지식전달에는 성공했지만 현업 복귀 이후의 활용에 미흡했다. 조직으로 돌아간 직원들이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실패하는 등 주입식 교육의 한계가 노출됐다. 80년대 초 취임한 잭 웰치 회장은 GE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크로톤빌의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웰치 회장은 ‘새로운 지도자 육성이 GE의 근본적인 혁신의 원천’이라고 천명하고 지식전달을 위주로 한 주입식 교육에서 지도자 육성 교육으로 초점을 전환했다. 지도자란 소프트한 측면에서 탁월하며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말하며 교육의 초점도 이에 맞춰져야 한다고 인식했다. 웰치 회장은 과거 GE교육의 문제는 가치, 문화, 비전, 리더십 등 이른바 소프트 육성의 소홀에 있다고 간파했다.

이 결과 크로톤빌 연수원은 GE의 문화와 사고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기업문화 변화에 가장 핵심적인 영향을 가져왔던 워크아웃(Work-Out)과 CAP(Change Acceleration Program),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 등이 크로톤빌에서 시작되어 GE의 각 계열사로 확산됐다. 아울러 식스 시그마 운동이나 고객중심 가치, e비즈니스화 운동 등과 같은 GE에서 제시한 새로운 방향들도 이 곳 크로톤빌에서 학습 운동으로 자리매김되어 보급됐다.

GE의 성공요인은 바로 CEO의 지속적인 사내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연수 방식, 성공사례를 만들고 피드백하는 방식, 그리고 직원들의 가치와 비전을 하나로 묶은데 있다.

IMF 이후 교육투자비를 감축해왔던 국내 기업들도 최근 다시 교육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들이 교육훈련비를 줄이면 인적자원을 주무기로 해온 한국의 경쟁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물적자본과 노동투입의 증가가 한계에 이른 만큼 인적자본의 증가가 성장잠재력 제고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 경제성장의 원동력 중 하나인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는 원천이었던 공교육은 부실해지고 있다. 대졸자들은 양산되고 있지만 질적 수준 저하와 산업수요와 불일치로 인해 대규모 청년 실업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직원에 대한 교육투자를 축소하면서 기존 인력의 진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기업의 교육투자가 감소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의 역량과 지식의 정도는 갈수록 중요시해지고 있지만 경력사원 선호와 비정규직 확대 경향으로 근로자의 예상 근속기간 단축으로 장기적 인력투자의 동기요인이 감소하고 있다.

또 기업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역량 양성을 선호하나 개인은 회사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시장 지향적 역량 양성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직원교육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이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업의 핵심인력 위주의 인력구조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이 전문성이 떨어져 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개인의 경력 형성에도 미흡하다. 결국 실효성이 낮은 재교육 프로그램은 대분의 회사 구성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제는 기업의 사내교육 강화와 패러다임 변화는 물론 정부도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재교육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재교육투자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올린 기업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기업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산학공동과정을 넘어서 기업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내대학 설립을 권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

 

<인터뷰>최종국 LG전자 러닝센터장 

기업의 경쟁력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직원교육에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단순한 실무교육에서 기업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액션러닝(Action Learning)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직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종국 LG전자 러닝센터장(49·상무)은 “핵심인재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업교육의 트렌드가 기업가치, 문화, 비전, 리더십를 제시 또는 개발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선진기업은 꾸준히 교육비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최 센터장은 “LG전자의 경우 현재 총 인건비 대비 3%가량을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같은 수준은 선진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변 환경이 더 어려울 수록 교육비 투자를 늘리는 기업도 있다. 어려울때 투자해야 호황기에 대비할 수 있고 그 추진력으로 기업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차세대 핵임인재 양성도 사내교육에서 있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 센터장은 “한 기업의 수준은 CEO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 양성은 기업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해 남용 신임 CEO가 취임한 이후 핵심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법인장뿐만 아니라 각 파트장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 중이다.

핵심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내부인력이 강사로 나서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함으로써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을 통해 도출된 과제들이 전사적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최근에는 업무와 병행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e러닝을 이용한 직원교육도 커리큘럼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보강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교육 강화를 통해 인재발굴->트레이닝->직무 투입 등이라는 혁신의 사다리를 완성할 수 있다”며 “사업자체가 해외에서 일어남으로 글로벌 베이스 교육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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