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일종의 조물주다. 이용자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상거래를 벌이고, 때에 따라서는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하는 사이버 세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MMORPG 개발 인력 중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가 가장 조물주에 가깝다. 게임 캐릭터가 사는 집과 마을, 사냥을 하는 들판,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성에 이르기까지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드는 신세계는 끝이 없다.
이주희 엔씨소프트 리니지2 배경아트팀장(34)은 MMORPG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실력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녀를 비롯한 18명의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국내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니지2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배경 그래픽이라는 분야를 놓고 볼 때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게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팀장은 “온라인게임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는 관객의 눈에 보이는 면에만 신경 쓰면 되지만 온라인게임은 배경 자체가 3차원 개체기 때문에 입체적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MMORPG 배경 그래픽에는 미적 감각뿐 아니라 건축공학이나 심리학 지식이 필요하다.
이주희 팀장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를 시작했다. 97년 ‘합창’이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만화영화대상에서 동상을 차지했고 같은 해 그녀의 작품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앙시 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녀는 2001년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애니메이션에서 게임 그래픽으로 분야를 바꿨다. 8년 동안 리니지2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흥행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산증인이다. 이 팀장은 “리니지2를 처음 선보이던 시기에는 월요일에 출근해 토요일까지 회사에서 숙식을 하던 적도 많았다”며 “한국 온라인게임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아직도 열정적인 개발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게임 산업이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의 그래픽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한다. 이 팀장은 “한국 게임은 한번 보면 색상이나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지만 미국이나 일본 게임의 그래픽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이용자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이 팀장은 명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디자인 스킬은 기본이고 취업희망 게임업체가 원하는 감각을 갖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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