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글로벌플레이어] 세계를 주름 잡는 중국 커넥션

 ‘2조달러에 이르는 자본, 3000만명의 경제인. 동남아 교역의 70% 차지.’

 화상(華商)을 대표하는 말들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세력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경제력으로 부상한 화상은 강력한 네트워크로도 유명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계 민족을 화교 또는 화인이라고 부르며, 세계적으로 화교 인구는 6000만명에 육박한다. 화상은 화교와 화인을 막론하고 기업에 종사하는 중국계 상인을 말한다. 화상이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엄청난 경제력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과 채권은 1조5000억달러, 주식과 자산으로 5000억달러 이상을 보유해 유동 자금 규모가 최소 2조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의 연간 국내 총생산(GDP)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화교는 독자적이고 개별적인 조직을 유지하기보다는 화상을 중심으로 네트워크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화상이 중심이 돼 화교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화상네트워크는 다수의 소규모 화상 조직이 모여 더욱 큰 단체(협회)를 형성하고 큰 단체들이 모여 세계화상대회와 같은 국제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화교 기업들은 동일 업종에 종사하지만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 동일 업종 내에서도 서로 고유영역은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홍콩 반환 직전에 홍콩의 중국화를 우려해 캐나다 등지로 대거 이탈한 홍콩 자본 중 상당수가 홍콩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화상이 있는 곳이면 어느 지역이나 상호 배타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 진출한 화상기업들은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화가 있을 때마다 현지 상공회 조직이 중심이 돼 단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0년대 말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출용 원부자재 면세수입을 제한하는 가공무역보증금제도를 내놓았다.

 당시 운전자금 경색을 우려하면서도 한국과 일본계 기업들이 별 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화교 기업들은 중국 정부에 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화교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보증금은 현금 외에도 각종 형태의 담보제공도 허용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중국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수입실적 2953억달러의 26.6%인 785억4000만달러 상당을 동남아 7개 화교권으로부터 수입했다. 화교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수출보다 투자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투자된 외국인 자본의 70% 이상이 화교자본으로 추산될 정도로 화교기업은 사실상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