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상승, 높은 환율, 세계 경기 침체라는 현 경제의 파고를 한몸에 맞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은 미래를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을까.
중소·중견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업의 목적으로 꼽았다. 한 중소 가전 업체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성장은 생존과 동격이다. 현상 유지란 없으며 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성장이야말로 모든 기업이 꼽는 숙제라는 이야기다.
이들의 사명은 한결같이 ‘수출’로 통했다. 국내 시장이 좁다고 느끼는 것은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중소·중견 기업에도 한국은 너무 좁은 시장이다. 중소·중견 기업은 ‘내수 전담’이라는 세간의 편견과 달리 “해외에서 미래를 찾겠다”고 답했다. 좁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을 개척,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함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중소·중견 기업이 복안으로 제시한 전략은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소 기업만의 톡톡 튀는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프리미엄 전략 등이 미래 성장을 위한 키워드다. 이는 중소·중견 기업이 갖춰야 하는 글로벌 경쟁력이 대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현재를 경영하면서도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디자인에 승부 건다=로버트 헤이즈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15년 전에는 기업이 가격으로 경쟁했고, 지금은 품질로 경쟁한다. 미래는 디자인 경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디자인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에 앞서 가장 민감하게 따지는 항목으로 자리 매김했다.
미래에 이런 트렌드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업계는 공감하고 있다. 중소·중견 가전 업체는 이를 누구보다 직시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주저 없이 디자인을 꼽았다. 30년간 미용기를 생산해온 유닉스전자는 올해 초 세계적인 스타 패리스 힐튼과 손잡고 공동으로 디자인한 드라이기, 고데 등 미용 가전을 선보였다.
수출전략 상품으로 기획한 패리스 힐튼 라인은 유닉스 고유의 기술력에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더해 드라이기가 단순한 미용기기가 아니라 패션임을 강조했다. 유닉스 전자는 디자인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미래 수출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음식물처리기업체 루펜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루펜리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음식물처리기에 콤팩트하고 컬러풀한 디자인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디자인 혁신을 위한 7계명’은 최고경영자(CEO)가 스스로 디자인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짚었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은 직접 디자인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루펜리 제품은 현재 일본·아일랜드·중동 등에 활발히 수출되며 글로벌 디자인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희자 사장은 “예쁜 것에 먼저 손이 가는 주부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프리미엄 전략=미래 카드로 프리미엄을 꺼내든 회사도 있다. 이어폰 제조업체 크레신은 50여년 가까이 OEM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다져왔다. 크레신은 올해 초 ‘PHIATON(피아톤)’을 수출 전략 브랜드로 론칭했다. 세계 헤드폰 시장 규모는 대략 33억4000만달러 규모로 최근에는 음향기기·휴대폰 등 번들용 제품과 함께 별도로 구매하는 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크레신은 품질과 디자인을 살린 고가의 헤드폰, 스피커, 이어폰으로 이달부터 피아톤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일단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유럽 등의 명품 시장 공략을 강화해 3년 내 보스·슈어 등이 점유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게 목표다.
인켈도 수출 브랜드로 ‘Sherwood(셔우드)’를 갖고 있다. 셔우드는 1953년 미국에서 설립된 앰프 전문 회사로 현지인들의 인지도가 높다. 인켈은 80년대 셔우드를 인수, 미국과 유럽에 지사를 두고 AV리시버 등을 오디오 기기를 수출한다. 국내 오디오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지만 아직도 해외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할 만큼 시장이 활발하다. 인켈은 현지에 특화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미래 성장 기반을 더욱 다져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와 협력하라=대표 중견 가전업체 웅진코웨이는 협력을 꼽았다. 웅진코웨이는 다소 늦은 2006년부터 수출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해외 진출 초기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업체와 협력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짰다. 이를 통해 해외 유통망을 적극 발굴하고 OEM 수출 및 브랜드 제품 진출을 순차적으로 타진한다는 전략이다. 신규 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유통비용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복안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세계 1위 백색가전 업체 월풀의 인도 현지법인에 3년간 77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하고, 뒤이어 보쉬앤드지멘스와 3년간의 OEM 공급계약을 체결해 가전 업계의 조명을 받았다. 현재 미국·중국·일본·태국 등 5개의 해외 법인 및 네덜란드 물류기지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연간 100% 이상 매출증가를 기록하는 등 그 성장세가 무섭다.
이인찬 웅진코웨이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미래 성장을 위해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를 수출 중심으로 재편할 것”이라며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 OEM 생산으로 리스크를 줄임과 웅진코웨이만의 독창적인 렌털 비즈니스 모델을 전 세계에 적용해 2012년에 수출액 5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 chayj@
#.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위험이 따르는 작업이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정의가 선결돼야만 사업의 목표를 수립하고, 전략을 개발하고, 자원을 집중시키고 그리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있어야만 비로소 그 기업은 성과를 올리기 위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피터 드러커, ‘미래 경영’
금세기 최고의 경영학자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는 ‘미래 경영’이라는 저서에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목적’과 ‘사명’의 수립이라고 천명했다. 기업에서 목적과 사명은 방향타다. 나아갈 곳을 정하지 않고 전략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향타가 있어야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나오며 조직의 힘을 모을 수 있다. 자금·인력·브랜드 등 사용 가능한 자원이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기업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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