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생산량 축소에 들어갔지만 감산 효과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시장에서 공급이 줄고 있지만 정작 수요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금융 위기는 반도체업계에 가시방석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엘피다, 대만 파워칩, 하이닉스가 이달 들어 생산량을 10∼30% 줄였음에도 불구,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1년에도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의 감산이 있었다. 당시 D램 가격이 80% 정도 폭락하면서 나온 해결책이 감산이었다. 1년 6개월 정도의 침체기를 겪은 메모리업계는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2001년보다 가격 하락폭도 더 크고 침체기도 이미 1년 6개월을 지나 2년을 향해가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지금 적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인 경기 악화다. 반도체업체들이 공급 축소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는 사람의 주머니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김현중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올초만 해도 공급이 줄면 시황이 좋아질거라는 예측이 맞았지만, 수요가 더 줄고 있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감산도 심리적 영향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 수급에 영향을 정도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기의 반등 없이는 반도체 가격상승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이 D램 생산량을 10∼15% 줄여도 삼성, 하이닉스 등 선두업체와 생산량 차이가 커 시장을 움직이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3분기 실적을 마감하는 이달 말에는 업체들이 재고를 소진해야 해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시기를 내년 이후를 기약해야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생산라인 감산은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라면서 “(일시적인 가격 반등에 따른) 조기회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며, 내년 1분기 말 이후에나 반도체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수 하이닉스 상무는 “메모리업체들의 투자자금이 고갈되는 것이 공급을 줄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낸드플래시보다는 산업재에 가까운 D램의 회복시기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성인기자 sis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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