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가올 10년의 변화는 지난 38년간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나 이러한 변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 삼성전자가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던 것처럼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창립 38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경영의지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여건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반면에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KT가 종합 솔루션 사업자로 변신을 선언한 것도 이런 기업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할 기업들의 미래전략은 무엇일까. 정보가전을 비롯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인터넷, 콘텐츠 등 먹을거리는 어디든 존재하지만 실행파일을 어떻게 돌려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이 우리 기업들에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조직의 문제점을 내부에서 먼저 개혁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새로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린이 ‘돈’이다=국내 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서 ‘미래 먹을거리 사업’이라는 길을 찾고 있다. 기업들은 햇빛·바람·파도를 활용하는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충남 탕정 LCD총괄 차세대 연구소에 광에너지 연구조직을 세웠다. 삼성SDI는 태양광 셀 부문과 태양전지 개발을 맡았다. 특히 삼성SDI는 최근 독일 보쉬와 손잡고 하이브리드카(HEV)용 2차전지 회사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HEV는 휘발유만 쓰는 차량보다 연비가 35% 이상 높다. SB리모티브는 2015년 이후 세계 HEV용 전지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미래의 빛으로 불리는 LED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LG그룹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사업 분야에서 계열사별 역할분담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사업 목적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가하고 100% 자회사인 LG솔라에너지가 유상증자를 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이동단말 강화에 중점을 두고 신사업인 태양전지사업을 비롯한 수익사업인 평판TV, 가전 등에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LG는 앞으로 태안 지역 전체 2만가구 가운데 8000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인 연간 19G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자생적인 성장과 M&A라는 옵션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IT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라=정보통신 분야의 시장환경 변화는 매우 혼란스럽다. 음성서비스는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한때 데이터서비스가 블루오션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또 KT에서 인터넷 종량제를 내세웠지만 종량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결론이 없었다. 와이브로에서 인터넷전화(VoIP)가 되지 않으면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IT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다. 기술적으로 아무리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가 IPTV 등에서 선두에 있었지만 현재는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앞으로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응용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원천에 대한 R&D 투자가 절대적이다. 그리고 기술개발의 방향성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기술개발정책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 비즈니스, 표준, 단말, IP 네트워킹, 플랫폼, 콘텐츠, SI를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형태의 산업화 전략이 절대적이다.
◇감성·지능의 문화콘텐츠를 창조하자=문화산업이 21세기 최후의 승부처라는 피터 드러커의 전망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 문화산업은 21세기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IT를 바탕으로 이제 경제는 지식 기반 경제, 나아가 콘텐츠 기반 경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IPTV, DMB 등과 같은 다양한 신규미디어를 등장시킴으로써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은 영화와 게임, 방송, 캐릭터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성장률 10.5%를 기록하며 급신장하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터넷 이용에 따른 동영상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고 콘텐츠의 수요 또한 급속히 늘고 있지만 콘텐츠산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플랫폼, 미디어 사업자가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2006년 그래미 시상식 오프닝 공연은 미래 콘텐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마돈나의 ‘Hung up’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밴드인 고릴라즈의 ‘Feel Good’을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과 대형 LED를 이용해 합성한 이 공연은 콘텐츠의 다양한 발전방향을 제시해 줬다. 다시 말해 미래의 콘텐츠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보다 창의적인 상상력이 바탕이 됐을 때 비로소 성공할 가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동석기자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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