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글로벌플레이어]협력과 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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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31일 야후의 주가는 19.18달러였다. 다음날 야후의 주가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28.38달러까지 치솟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야후 인수에 나서겠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MS의 야심은 결과적으로 무위에 그쳤다. 하지만 MS의 야후 인수 추진 배경을 두곤 의견이 분분하다.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세계 최대 IT기업이 왜 야후에 눈독을 들였던 것일까. 전문가들은 1위만 살아남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구글과의 한판 승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빅딜로 관심을 모았던 MS 사례는 인수합병(M&A)을 보는 고정관념을 되돌아보게 한다.

 ◇M&A, 시대적 요청인가=국내 기업들은 건국 60년 동안 M&A를 통한 성장에 다소 미온적이었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봐야 한다는 창업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기업 M&A 실적은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0.3%, 일본의 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에 그동안 해외 주요 IT기업 간 M&A는 활발히 진행돼 왔다. 미국 통신시장에서는 2006년 말 AT&T가 이동통신회사인 싱귤러를 860억달러에 인수했고, 무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올해 5위 업체인 올텔을 인수했다.

 영국의 보다폰, 독일의 도이치텔레콤(DT),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네덜란드의 KPN 등 각국의 대표적인 통신사업자 역시 M&A로 몸집을 키워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M&A를 기업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M&A가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M&A에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 ‘적과의 동침은 시대의 요청’이라는 수사를 붙여가며 권장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 국내 M&A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2%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M&A 총거래규모는 255억8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33억2900만달러 대비 92% 증가했다. 거래건수로는 63% 증가한 392건이 발표됐고 이 중 239건이 완료됐다.

 M&A 열풍은 IT 등 첨단 산업부터 전통적인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망라하고 불어닥치고 있다. 특히 금융계는 광풍이 불고 있다.

 제조업 기반 대기업들이 잇따라 증권 및 보험사 인수를 통해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올 1월 신흥증권을 인수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CJ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롯데는 지난 4월 대한화재 인수를 마무리짓고 회사 이름을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으로 바꿔 출범시켰다.

 대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 시행에 들어가는 자본시장통합법과 현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 등이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M&A,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주목=삼성전자·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전자회사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동안 자생적 성장전략을 구사해온 이들 기업이 해외 기업에 대한 M&A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카드업체인 샌디스크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 취임 이후 글로벌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선 100년 전통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독일 대체에너지 전문업체인 코너지AG의 태양전지 생산법인 인수설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5년 미국 TV업체 제니스를 인수한 이후 그동안 M&A에 소극적이었다.

 SK텔레콤은 이에 앞서 최근 IPTV 사업자로 선정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고, KT는 자회사 KTF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해외기업을 성공적으로 인수한 국내 사례로는 LS전선이 대표적이다. LS전선은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슈피리어 에섹스를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성공적인 M&A로 허약체질을 개선한 성공 사례는 또 있다. 두산그룹·STX그룹이 대표적이다. 소비재 산업의 대표주자인 두산은 90년대 들어 M&A를 거쳐 중공업과 기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96년 3조9000억원이던 두산그룹 총매출은 지난해 18조6000억원으로 네 배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글로벌 기업사냥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최근 몇 년간 투자를 자제하면서 충분한 현금을 쌓아온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기업들의 M&A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M&A 관련 사모펀드가 생겨나면서 M&A를 부추긴 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A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전문가들도 국내 기업에 M&A를 이용한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한다. M&A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효과적인 전략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M&A 후 양자 간 통합전략(PMI:Post Merger Integration)이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한다. PMI란 두 회사가 M&A 계약으로 하나가 된 뒤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면서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업무방식·운영체계·조직문화 등 기업 경영과 관련된 각종 요소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다.

 사전에 PMI 계획을 세워 인수 초기부터 통합 이슈에 적극 대처해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 시장 현황

 글로벌 M&A 시장도 경기를 타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경기부진의 여파로 올 상반기 세계 M&A 규모는 1조579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이 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과 브릭스(Brics) 국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00년 4억7000만달러에서 2006년 149억달러로 30배 이상 커졌다. 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M&A 거래액은 762억달러에 이르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세계 M&A 시장에서 미국과 영국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M&A가 발생하는 업종별로는 전력, 광산업 등 에너지 관련 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광산업 관련 국제 M&A 거래 규모는 2859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96.9% 증가했다. 헬스케어 분야 M&A 건수도 늘고 있다.

 반면에 인터넷, 통신 및 소프트웨어 업종은 IT호황기에 비해 M&A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다.



◆M&A 성공사례

 M&A 활용해 성장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도 있다. LG전자가 지난 95년 인수한 미국의 제니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3억5100만달러를 들여 제니스 지분 55%를 인수한 LG전자에 제니스는 효자다.

 특히 세계 최대 디지털TV 시장인 미국에서 제니스가 보유한 전송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막대한 로열티 수익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니스는 소니, 필립스 등 TV제조사뿐 아니라 셋톱박스업체에서 로열티를 받는다. 이에 따라 95년 이전까지 만성적자였던 제니스는 200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M&A로 결합서비스의 강자가 된 대표적인 사업자로는 싱가포르의 2위 사업자인 스타허브를 꼽을 수 있다. 유무선전화 사업으로 출발한 스타허브는 이후 초고속인터넷,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며 종합 통신사업자로 성장했다. 스타허브는 M&A로 추가된 사업 영역을 바탕으로 출시한 결합 서비스 허빙(Hubbing)을 적극적으로 밀고 나갔다. 스타허브 전체 가입 가구 중 절반이 넘는 52%가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