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글로벌플레이어]떠오르는 시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개요

 ‘세계 경제의 다극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4월 보아오포럼 개막 연설에서 말한 내용이다. 미국, 일본, 유럽 중심이었던 세계 경제의 축이 지금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국가로까지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작년 12월 발표한 ‘2008년 IT전망 보고서’를 보면 2008년 전 세계 IT시장은 브릭스 4개국과 최근 경기 호황기로 접어들고 있는 신흥 국가 9개국들이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1년에는 브릭스와 신흥 9개국의 IT시장이 유럽연합(EU)에 버금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보고서는 브릭스 등 신흥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한 주요 IT기업이 이들 시장에서 성과가 향후 IT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실제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브릭스 4개국은 GDP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브릭스 4개국의 2008년 IT시장 성장률은 전 세계 평균보다 2∼3배 높은 16%다. IT시장 규모 역시 1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5억명이 휴대폰을 쓰는 중국이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경제 중심축이 됐다. 전 세계 IT인력의 25%를 차지하는 인도와 전 세계 바이오연료의 40% 이상을 생산하는 브라질도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브릭스 시장과 신흥국가 시장의 분석을 통해 글로벌 기업 시장의 구도를 개편해보고 우리 기업이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브릭스, 떠오르거나 이미 떠올랐거나=브라질의 현지 IT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외국인 투자 증가와 브라질 IT기업의 활발한 기업공개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달러 약세에 따른 수입부품 가격 하락과 저가 컴퓨터 세금 면제 등과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IT시장의 활기를 제고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의 IT수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풍부한 고급 인력을 바탕으로 한 IT 아웃소싱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 로컬 SW기업들은 현재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IT산업의 높은 성과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SW 수출에 기반하고 있다. 당분간 인도 IT서비스 시장은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내수시장 역시 2009년까지 연평균 19∼20%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어 현재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방대한 저임금 인력의 보유, 풍부한 인재풀,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이 어우러져 인도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거점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흥국가 9개국, 성장세에 주목=멕시코, 폴란드, 터키, 베트남,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등을 묶는 신흥국가 9개국 역시 10% 이상의 빠른 경제 성장률을 기반으로 IT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규 IT 수요시장으로서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IDC는 2011년에는 신흥 9개국의 신규 IT수요가 유럽연합(EU)에 버금갈 것이며, 그 성장속도는 EU보다 두 배 이상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세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국제 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국가들이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 유가 폭등은 조그만 산유국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계기가 됐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에서 작은 소요 사태가 나도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친다. 이처럼 신흥 시장이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의 성장세뿐만 아니라 향후 IT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생 글로벌 기업의 특징=떠오르고 있는 브릭스·신흥국가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특징을 나타내며 성장하고 있다.

 과거 선진국의 투자 대상이었던 신생 글로벌 기업이 이제는 글로벌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인도의 미탈사는 지난 2006년 유럽의 철강기업 아르셀로를 인수해 세계 최대 철강그룹에 등극했고, 지난해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는 미국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각각 30억달러와 5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제는 개도국에 R&D센터를 설립하고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을 발판 삼아 반도체 산업을 키웠던 대만은 이제 세계 반도체를 설계하는 중심 국가로 떠올랐고, 단순 조립은 아웃소싱을 주고 있다. 그뿐 아니다. 중국은 전 세계 나노기술 특허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신생 글로벌 기업은 세계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노동력과 고급 인재의 산실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의 노동자를 모두 합쳐도 4억명에 불과한 반면에 개도국 노동자는 14억명에 달한다. 미국의 보잉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미국에서 찾을 수 없어 러시아로 날아갈 정도다. 상하이나 뭄바이에서는 현지의 전문인력이 부족해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마크 포스터 액센츄어 비즈니스컨설팅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액센츄어 주최 글로벌컨버전스포럼에서 “경영 환경의 흐름을 ‘다극화 세계(multi-polar world)’라고 정의하고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세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다극화 시대는 위험 요소도 많지만 수많은 기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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