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광고·민영미디어렙, 광고 시장 뿌리 뒤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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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광고(virtual advertising)와 민영미디어렙이 방송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문방위 업무보고에서 방송산업 활성화 및 디지털방송 전환 재원 마련을 위해 가상광고와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지역방송사 및 종교방송은 정부와 일전불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 현황=국내 광고시장은 연간 약 7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상파에 대한 광고는 2003년 2조3671억원을 기록한 이후 2006년 2조1839억원, 2007년 2조1076억원 등 줄곧 정체상태다. 반면에 인터넷, 케이블 등 뉴미디어 광고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이 방송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 2003년 11.2%에서 2006년 23.5%, 2007년 28.2% 등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태풍의 눈, 가상광고·민영미디어렙=민영미디어렙은 규제를 완화해 방송광고 시장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의지의 반영이다.

 메이저 방송사들은 경쟁체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현 시스템에서는 광고주가 지상파에 광고를 하기 위해선 독점 대행하는 KOBACO를 거쳐서 해야 한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은 SBS가 그동안 강력하게 요구해 왔고, 대형 광고주들 역시 내심 경쟁체제 도입을 희망해 왔다.

 가상광고 역시 방송사에 새로운 매출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상광고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실제 현장에는 없는 가상의 이미지를 제작, 광고하는 기법이다. 예컨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는 관중의 눈에는 가상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스포츠 경기에 한해 가상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불허하고 있다.

 유럽은 가상광고에 관한 구체적인 법령이 없으며, 유럽방송연합(EBU)과 가상광고연합(VIA)에서 법제도에 대한 초안을 제안한 상태다.

 서영길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방통위와 가상광고의 규격, 횟수 및 표출방법의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방송광고 시장 전망=지상파, 케이블, 지역방송사 등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놓고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다.

 10개 지역민영방송사와 5개 종교방송사는 민영미디어렙 도입이 광고매출을 급감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지역민방과 종교방송의 연간 매출액은 각각 3000억원, 700억∼8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결정된 게 없어 (정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민영미디어렙은 신문사 광고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쇄매체인 신문보다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으로 광고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가상광고 도입안과 관련,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수익을 내면서 선순환 경영을 할 수 있는 구조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석희 CJ미디어 사장은 “규제를 풀어야 할 때가 됐다”며 “정량적 광고뿐 아니라 정성적인 것까지 감안한 과학적 기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가상광고가 시청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