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역사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성(性) 대결이다. 하나의 종목에서 같은 조건으로 여성이 남성과 겨루는 일이다.
스포츠 종목마다 수많은 성 대결이 있었지만 여성이 승리한 사례는 아쉽게도 극히 드물다. 지난 1973년 여성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인 빌리 진 킹이 윔블던 챔피언 출신의 보비 릭스를 상대로 3 대 0 완승을 거뒀지만 당시 킹은 30세인 데 비해 릭스는 55세였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 역시 2003년 PGA 무대에 도전했지만 컷오프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골프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무대에 섰던 유일한 사례가 63년 전 미국의 베이브 자하리아스라는 사실만 봐도 성 대결의 벽은 높기만 하다.
국내 e스포츠에서 사상 처음으로 성 대결의 승자를 여성이 차지했다. 그 주인공는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 팀이다. 이 팀은 리더인 김나연(23) 선수를 비롯해 이혜원(24), 서지원(22), 배유진(22), 박유진(20) 선수 등 여성 5명으로 이뤄졌다.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 팀은 지난 7일 끝난 ‘인크루트배 스페셜포스 6차 마스터리그 2008’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e스포츠 대회에서 여성 팀의 준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준우승은 고사하고 남성들과 본선에서 맞붙은 사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결승에서 맞붙은 최강 팀과의 대결에서도 대등한 승부를 벌여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리더인 김나연 선수는 “결승에서 남성 프로 팀에 지긴 했지만 자신감이라는 큰 자산을 얻었다”며 “그동안 결승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제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무후무한 성 대결의 승자들이지만 아직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에서는 ‘어린 나이에, 게다가 여자들이 게임에 빠져 있다’는 핀잔을 주기도 한다.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 팀은 오히려 이러한 편견에 담담하다. 이제 갓 이십대에 접어든 팀의 막내인 박유진 선수는 “어릴 적 꿈인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장했다고 자부한다”며 “e스포츠나 게임 관련 직종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고 당차게 말했다.
e스포츠 전문가들은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 팀의 장점을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꼽는다. 여성끼리 팀을 이뤘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동료가 원하는 점을 간파한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오는 28일 개막되는 스페셜포스 7차 마스터리그 우승이다. 기존 대회가 본선 8강에서 출발한 데 비해 이번 대회는 12강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성 대결 완승이라는 새로운 스포츠 역사를 쓴 온게임넷 스파키즈 스페셜포스 팀의 활약이 기대된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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