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으로 국가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불안한데 환율까지 요동치니 불안감이 커진다. 환율 상승은 전반적으로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G밸리 내의 수출 기업 중에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는 사례가 있다. 특히 별 다른 재료가 없어도 아이디어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기업은 환율 상승이 호재다.
대표적인 업종은 게임이다. G밸리 내 게임 업체들은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로열티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엠게임(대표 권이형)이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35%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최고 히트작 ‘열혈강호’를 시작으로 ‘영웅’ 등이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월 20억원가량을 벌어들이고 있다. 달러가 10% 정도 오르면 월 2억원 정도를 앉아서 버는 셈이다.
권이형 엠게임 사장은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해외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는 환차익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지만 “지나친 환율 상승은 국가적 문제일 뿐 아니라 나중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반대로 환차손을 보기 때문에 무작정 환영할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G밸리 내 모바일게임 업체인 컴투스(대표 박지영)와 게임빌(대표 송병준)도 환율 상승 혜택을 보고 있다. 컴투스는 중국에서, 게임빌은 미국을 중심으로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작년까지 현지 법인이 자리를 잡는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G밸리에 둥지를 튼 애니메이션 업체들도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 환율 급등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청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주가 많은 애니메이션 업계의 특성상 미국·일본의 작품을 주문받기 때문에 같은 돈을 받더라도 환율이 올라가면 수익성이 다소 개선된다.
정미 제이엠애니메이션 대표는 “미국과 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는데 최근에 새로 수주한 작품은 환율이 올라 형편이 다소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밸리 내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서는 유니온정보시스템(대표 최인용·함광선)이 일본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해 엔화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 IT서비스 기업인 덴산에 자사의 디지털 콘텐츠 관리 솔루션 핵심 엔진을 공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지난 3월 이미지를 디지털 문서로 변환해 관리하는 솔루션 ‘이미지 워크플로 시스템’을 일본 덴산과 함께 공동으로 개발하고 일본 도쿄의 건강보험조합에 공급한 바 있다. 이미지 워크플로시스템은 유니온정보시스템의 이미지 처리 엔진을 바탕으로 덴산 고유의 입력 처리 기술을 덧붙여 만든 솔루션이다. 올 상반기부터 로열티를 받기 시작했으며, 향후 5년 동안 로열티 수익만 150억원에 이르는 엔화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최인용 사장은 “계약할 때 엔화가 800원대였는데 지금은 1000원 안팎으로 올라가면서 수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장동준·문보경기자 djjang@
◆ 日 무인증명서 자동발급기 시장 공략
G밸리 입주기업인 에니텍시스(대표 홍사혁)와 포씨게이트(대표 김영태) 등이 출자해 일본 사가시에 설립한 무인증명서 자동발급기 업체인 까치정보가 최근 개업식을 갖고 일본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에니텍시스는 까치정보(대표 이케다 미쓰시게)가 쇼룸과 콜센터, 제품창고, AS지점, 생산라인 등을 갖추고 다음 달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고 10일 밝혔다. 자본금 1000만엔으로 설립한 까치정보는 주력 제품인 무인증명서 자동발급기를 비롯해 네트워크 인증기와 자동인증기, 지폐 계수 결속기 등을 일본 시장에 공급, 올해 7000만엔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까치정보는 사가현뿐 아니라 기타큐슈·오키나와를 비롯한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 2011년에는 자동발급기만 800대를 공급, 8억엔의 매출액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홍사혁 에니텍시스 사장은 “일본의 무인증명서 자동발급기 보급률은 5% 수준에 불과한데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전자정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무인증명서 자동발급기를 도입하는 지자체 등에 도입액의 50%까지 지원해주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2003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사가시와 오키나와에 제품을 공급한 상태”라며 “앞으로는 까치정보를 통해 제품의 현지화에 박차를 가해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니텍시스와 포씨게이트·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등은 지난 4월 일본 사가시와 현지법인(까치정보) 설립을 위한 업무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주문정기자 mjjoo@
◆ 오세훈 서울시장 인터뷰
“서울시내에 경전철이 추가로 들어온다면 가장 선순위는 구로의 벤처 단지 부근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G밸리 지역 경전철·모노레일 건설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면서 이 지역 기업 근로자의 숙원인 교통난 개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구로구상공회가 초청,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에서 열린 ‘구로구 CEO포럼-오세훈 서울시장 초청 간담회’에서 G밸리 지역 교통난을 해소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서울에 이제 지하철을 더 이상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서울시내 경전철 건설과 관련해 몇 군데를 물색하고 있고 내년에는 서울 동북권 착공도 들어갑니다. 여기에 추가된다면 선순위는 여러분이 말씀한 곳이 될 것입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G밸리 지역 근로자들의 교통난 해소에 대한 기대는 한층 더해지게 됐다. 사실 G밸리에는 중소 및 벤처기업을 모두 합쳐 8000개가량의 기업이 입주해 있고 이 지역 총 근로자가 10만명에 육박하지만 2호선이 지나가는 구로디지털단지역, 1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는 가산디지털단지역과 버스 몇개 노선 외에는 특별한 교통시설이 없는 현실이다. 출근 시간마다 지하철 역 입구에서 혼잡으로 전쟁이 벌어지는 건 예사. 게다가 지난 6월 구로구 개봉동 일대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는 등 향후 G밸리 배후지역 성장이 기대되는 터라 G밸리 지역 근로자들은 경전철이나 일본 오다이바에 설치된 것 같은 모노레일이 이 지역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오 시장은 자신이 항상 서울 서남권 개발을 강조해 왔다며 이 지역 발전을 확신해도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에는 ‘서남권 르네상스’라는 개발 계획도 세웠다. “사람들이 농담삼아 어디로 이사를 가면 좋으냐고 물어보면 전 취임 초부터 항상 서남권을 보라고 말해왔습니다. 늦게 개발되는 곳일수록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서울에 모노레일이 들어온다면 일본보다 훨씬 좋은 것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는 시장 선거 공약부터 강조해 온 ‘디자인’ 개념을 강조하며 서울을 변모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선 4기 서울시의 모토는 바로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입니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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