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는 자가 미래 산업의 승자다.’
전 세계가 이 같은 명제 아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식산업의 핵심은 지식산업의 밑거름인 지식재산권이기 때문이다. IFA 전시장에 들이닥친 독일의 경찰들 또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독일의 의지를 그대로 표출하는 모습이었다. 이를 좌시했을 경우에는 산업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큰 사회적 재앙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저작권 침해 실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 다운로드하거나 카피하기 쉬운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7>부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저작권 침해의 위험을 진단한다. 특히 개발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분별한 소스코드 복제 현황과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인 소득은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편집자>
(1) 저작권 침해로 중소기업 다 죽는다
“중소기업이 불법복제 고발을 하면 콧방귀도 안 뀝니다.”
UCC 편집기 등 UCC 솔루션을 개발한 한 중소기업 A사의 사장은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으면 한숨만 나온다. 중소기업이 증거를 확보하기도 힘든데다 증거를 갖고 불법 사용자에 접근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중소기업 제품은 워낙 소액이니까 법정까지 끌고 가는 것도 무리”라며 말을 이은 그는 “중소기업의 몇 십만원에 불과한 제품은 불법으로 설치했다는 정보를 갖고 접근하더라도 모른 채 하거나 설치된 것을 삭제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손해 배상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나마 이후에 정품을 구매해 준다면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집중 단속, 소외된 중소 SW 기업들의 저작권=최근 전국적으로 저작권 보호 캠페인이 펼쳐지고 정부도 불법복제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저작권 보호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지만,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복제를 해도 가격이 저렴하거나 복제 규모가 적다 보니 관심 밖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범정부 차원의 저작권 보호 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영화나 음악 등 콘텐츠에 집중되고 있으니 상대적 소외감은 더욱 크다. 지난 4월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보호센터 등 8개 기관 단속반이 100일에 걸쳐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불법복제물을 단속했지만, DVD 14만408점, 카세트테이프 6447점, 음악CD 6360점, 서적 319점 등을 수거했을 뿐이다.
A사 사장은 “이미지 복제만 해도 법무대리인을 내세워 개인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 10배 이상의 합의금을 받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중소기업은 그럴 시간적 금전적 여력조차 없는데다 저작권 보호 분위기에서도 소외돼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무시한 계약 관행 버젓이=저작권 침해 대상은 누구나 쉽게 CD에 복제를 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패키지SW 만이 아니다.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SW도 저작권 침해는 심각하다. 예를 들어 100명의 이용자가 쓰는 것으로 계약해 설치해 주면 향후 이용자가 150∼200명으로 늘어나도 재계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예 처음부터 150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데도 100명만 사용하는 것처럼 계약을 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계약에서 갑을 관계다 보니 저작권자는 알면서도 불만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럴 경우 업그레이드 제품이 나왔을 때 재계약이 힘든 것은 물론이며 한번 업계에서 불평불만이 나오면 추가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해가 되기 때문이다.
임희섭 한국SW전문기업협회 팀장은 “한 명만 사용하기로 해놓고 여럿이 사용하는 것도 엄연한 라이선스 위반”이라며 “국내 대다수 중소 SW기업들의 고민이지만 딱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고객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아예 저작권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경우다. 중소기업의 인프라 SW를 사용했다 혹시 도산할 경우에는 유지보수를 맡길 수가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이미 개발된 SW를 공급하지만 마치 용역으로 SW를 개발한 것과 같은 대접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역 개발의 경우 저작권이 고객에게 있지만 이미 개발된 SW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데 불과할 경우에는 개발사에 저작권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저작권을 고객에게 넘겼을 경우 같은 제품을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 위반이 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넘긴 기업은 향후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중소기업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그만 둘 때를 대비해서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 임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막무가내인 고객은 아직도 많다.
저작권 보호를 주장하는 정부와 공공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솔루션을 도입해 놓고 용역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산하 기관에 무료 배포해 놓고 예산 절감했다고 포상하는 사례도 있었다.
◇제값 주는 문화 조성 시급=저작권이란 문학·학술·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말한다. 저작물에는 소설·음악·영상과 같은 문화 창작물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해 사용하거나 배포하는 것만이 저작권 침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용하는 모든 행동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저작권자와의 약속한 규모 이상을 사용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 행위의 일종이다. 저작권자와의 약속은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개발하는 데 들였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것인만큼 노력에 대한 제값을 주는 문화가 바로 저작권 보호 활동이 된다.
또,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른 사용자들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사용보다 유지보수가 핵심인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대 제대로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 바이러스 오진사고로 정당한 라이선스를 구매한 소수의 일본 사용자가 요구한 보상 금액이 100배가 넘는 국내 사용자 보상 금액 수준이었다는 후문은 이를 증명한다.
김지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저작권 보호는 곧 시장을 지키는 일”이라며 “일부 패키지 SW를 복제해 사용하거나 배포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라고 생각하지만 사업 환경 곳곳에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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