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신세계를 여는 사람들](1) 이윤정 삼성전자 컬러랩 책임

‘연간 생산량 3억대, 우리나라의 최다 수출 품목.’ 한국 휴대폰산업은 최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 대수는 물론이고 품질 측면에서도 글로벌 톱 메이커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같은 휴대폰 급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개발자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이들 중 한 분야에서 새로운 휴대폰의 세계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개척자들을 만나본다.

 

 “휴대폰 디자인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컬러와 신소재 트렌드를 연구합니다. 항상 2∼3년 후의 동향 보고서를 쓰다 보니 ‘올해가 몇 년이더라?’ 하고 헷갈릴 때가 많아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컬러랩의 이윤정 책임(39)은 말그대로 ‘색(色)’에 빠져 살고 있는 여인이다. 삼성자동차를 거쳐 1999년부터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책임은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휴대폰 컬러를 선행 개발하는 것이 주 업무다.

 “단순히 새로운 컬러를 만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채택된 컬러가 디자인과 생산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이 책임이 총괄하고 있는 컬러랩의 인력은 10여명으로 컬러기획팀과 소재기획팀으로 나뉜다. 컬러기획팀은 새로운 휴대폰의 색깔을 기획하고 소재기획팀은 나무나 가죽 느낌이 나는 천연 신소재 등을 발굴한다. 최근에는 색깔 못지않게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도록 친숙한 소재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수출되는 휴대폰을 개발하다 보니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세계 각지를 방문, 현지 소비자의 컬러 취향을 조사합니다. 그 와중에 화려한 색을 좋아할 것 같은 브라질의 부자들이 의외로 평범한 색깔의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곳의 치안이 불안하다 보니 너무 화려한 휴대폰을 쓰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안전한 장소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발산할 수 있는 화려한 휴대폰으로 바꿔서 사용하더군요. 자신의 상황과 개성에 맞게 컬러와 디자인을 구매 요인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이 책임은 항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는 항상 기업의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기 때문이죠.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컬러와 디자인을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 업무가 전 세계 소비자가 삼성의 휴대폰을 더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면 힘이 불끈 솟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화색(和色)’이 돌았다.

 양종석기자 jsyang@

 

◆컬러랩의 업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컬러랩은 휴대폰의 색깔과 신소재와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를 조사하고 다른 경쟁 제품의 컬러 동향을 분석하는 일을 주로 한다. 특히 컬러를 휴대폰에 적용하기 위한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각 지역과 사용자별로 세부적인 컬러 및 신소재 전략도 세운다. 세부적으로는 컬러와 소재 및 마감에 이르는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같은 컬러랩의 업무가 감성적인 측면이 강할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다. 논리적이고 관리적인 측면도 강하다. 특히 상품기획·디자이너·생산·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항상 협업해야 해 원만한 인간관계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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