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표준화 일환으로 추진 중인 한국산업규격(KS)인증 기준 제정을 두고 업계가 사분오열됐다. ‘LED 조명 표준화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일부는 KS 규격을 까다롭게 제정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선 되도록 많은 업체를 수용, 산업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크게 낮춰줄 것을 요구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관계사가 130여개에 달해 향후 업체들 간 요구사항을 모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산 저가 제품 범람 막으려면 규격 까다롭게 해야”=KS 규격을 최대한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품질이 검증된 제품만 시장에 남겨야 소비자 만족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준을 낮게 반영해 사용자가 LED 조명 제품에 불신을 갖게 되면 자칫 시장 전체가 황폐화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다. 최근 급속히 유입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라도 KS인증을 까다롭게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호 엘이디에비뉴 사장은 “80년대 호황을 구가했던 국내 조명산업이 최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중국 등 저가·저품질 제품에 압도된 측면이 크다”며 “정부가 LED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만큼 KS 규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규격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KS 규격을 지나치게 엄격히 만들면 채 무르익지 않은 국내 LED 조명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생 업체들의 활발한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아 결과적으로 업체 간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KS 규격에 앞서 마련된 ‘할로겐 대체용 고효율기자재 인증’처럼 기준을 만들고도 이를 통과할 업체가 없어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고효율기자재 인증제는 KS인증과 별도로, 정부가 효율이 한 단계 더 높은 LED 조명에 한해 공공기관 발주 시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정된 나머지 시행 반년이 다 되도록 통과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정부가 KS와 별개로 고효율기자재 인증제도를 도입한만큼 KS만이라도 최대한 여러 업체가 통과할 수 있게 정해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KS인증은 제품에 최저 규격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인증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위탁으로 LED 조명 KS규격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LED조명 표준화 컨소시엄 측은 일단 최대한 많은 업체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조용익 한국광기술원 선임연구원은 “2개월 전부터 제품별로 30∼40개 업체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저가 외산 제품 범람을 막으면서 국내 산업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중립적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초안을 만들어 2개월간 전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오는 10월 말께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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