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장비·부품·소재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평가’에 착수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실시하는 협력사 자질 평가라지만 그 결과에 따라 내년도 실적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협력사들은 잔뜩 긴장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대거 교체된 이후 첫 평가라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판도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50여개 장비·부품·소재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평가’에 들어갔다. 실태평가 후엔 업체별로 ‘실적평가’가 예정됐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늦여름과 초가을 두 달 남짓을 혹독한 평가로 보내야 할 판이다.
삼성전자의 실태평가는 총 150여개 협력사에 대해 약 1개월 동안 보안상태·교육현황·품질현황 등 전반적 관리능력을 중점적으로 심사하는 절차다. 평가 결과 낙제점을 받으면 이듬해 거래에서 완전 배제된다. 협력사의 부실한 관리능력은 납기 지연이나 품질불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도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절차다.
실태평가가 협력사들과의 향후 안정적인 거래관계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적평가는 과거 거래를 실사한다. 관리능력을 평가하는 실태평가와 달리 각 업체가 지난 1년간 삼성전자와의 거래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짚어보는 과정이다. 주로 납기 만족도와 원가절감 정도, 고객사 불만 대응 사례 등을 핵심 평가항목으로 한다.
협력사들이 실태·실적 평가를 두려워하는 까닭은 사실상 강도높은 ‘감사’에 견줄 만한 평가 결과 탓이다. 두 달간 시행한 실태 및 실적평가는 총 네 개 등급으로 나뉘어 점수가 매겨진다. 거래 관계가 양호하고 앞으로도 거래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 업체에는 A 또는 B 등급을 부여한다.
이 협력사들은 내년 구매에서도 우선 거래대상으로 고려된다. C 등급은 축구로 치면 일종의 ‘옐로카드’다. 2년 연속 C 등급을 받으면 내년 거래 대상 업체에서 배제된다. 이 밖에 즉시 거래가 끊기는 D 등급, 이른바 ‘레드카드’는 협력사들에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평가에서 두 개 업체가 C·D 등급을 받고 삼성과의 거래가 끊겼다.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의 까다로운 평가시스템과 더불어 국내 업체에만 역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한계에 볼멘 목소리를 냈다. 평가 기간에 자료 준비에 매달리느라 담당 직원들은 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같은 협력관계라도 해외 업체들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탓에 공정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실제로 업체별 실사는 단 하루에 끝나더라도 한 달 이상 제출 자료를 검토한다”며 “조금이라도 더 세밀한 자료를 작성하려면 온통 평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더 잘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차원에서 각종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결코 불이익을 주기 위한 평가제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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