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이달 말 마감인 대규모 터키 원전 입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사할 경우 첫 수출 사례를 만들게 돼 원전 사업의 글로벌화를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업자 차원을 넘어 정부의 다양한 측면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대표 김쌍수)는 최근 터키 최대 건설그룹인 엔카(ENKA)와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공동 법인을 설립을 마무리하는 등 터키 원전 입찰에 막바지 준비 중이다.
터키는 오는 2020년까지 원전 3∼4기에 해당하는 3000∼5000㎿ 설비용량으로 터키 첫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오는 24일이 이 프로젝트 입찰 마감이다. 한전-엔카 컨소시엄을 비롯, 러시아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 캐나다 ACEL, 중국 CNP,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 등 11개 사업자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업계는 터키 원전 프로젝트가 국내 첫 원전 수출 사례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아레바 등 쟁쟁한 원전 건설 기업들이 IPP 방식에 부담을 느껴 불참한 게 호재다. 터키 화력발전소의 절반 가량을 건설한 경험이 있으며 터키 전체 전력설비의 18%를 소유한 엔카와 컨소시엄을 맺은 것에도 기대를 걸었다. 수십년 간 지속적으로 20여기의 원전을 ·건설, 운영하면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강조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창형 한국전력공사 원자력사업처 원자력사업팀장은 “사업자가 자본을 직접 투자해 원전을 건설·소유·운영하고 전력판매대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간발전사업자(IPP)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처음이어서 타당성, 경제성, 리스크 분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 정부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의 무한책임 조항을 파리 조약에 근거한 유한책임으로 조항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도 한전 부담을 덜었다. 피해보상 국제 관례가 유한책임이니만큼 당초 공기업인 한전으로서는 이런 조건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실제 원전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측면지원도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일각에는 러시아도 터키에서 사용 되는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시킬 가능성도 점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최근 발표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자력을 수출산업화 하기로 한 만큼 원전수출을 위한 정부차원의 다양한 협력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터키 정부는 약 3개월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올해 말에 공급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세계 5번째 원전 수출국가가 된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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