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일그러진 대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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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백수 100만명 시대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자괴감이 든다. 청년실업에 대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대책 없는 청년실업은 결국 10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도 속도가 붙은 청년실업을 끝내 막지 못했다. 앞으로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청년실업자의 탄식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더욱 문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구인난이다. 쓸 만한 사람을 못 찾아 외국인 노동자의 채용을 늘려달라는 탄원이 잇따르고 있다. 사람을 못 구해서, 인건비가 비싸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은 줄지 않고 있다. 해외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지만, 답답한 국내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 한쪽에선 일자리를 달라 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일할 사람을 달라고 한다. 인력수급의 ‘미스 매칭’도 이 정도면 가관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많이들 고민한다. 모든 게 문제지만 굳이 따지자면 얽힌 매듭의 가장 굵은 실오라기는 대학 교육이다.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많은 대학입학 정원부터 문제다. 대학 졸업장과 실력의 괴리는 더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 취업생을 고르는 기업 인사담당관의 눈에 취업준비생의 실력은 성이 차지 않는다. 영어 외에 현격히 떨어진 ‘편식 실력’은 기업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영어 실력은 분명 나아졌지만 그 밖의 전문지식이나 상식 수준은 70∼80년대 고등학교 졸업자만도 못하다”고 평했다. 그는 또 “사람이 재산인 기업에서 실력 있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왜 뽑지 않겠느냐?”며 청년실업 문제의 축이 기업이 아닌 대학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부분의 대기업은 신입사원 채용 후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 상식 등을 별도로 교육시키고 있다.

 반면에 대졸 취업 희망자들의 기대는 기업들의 눈과 맞지 않다. ‘그래도 대학을 나왔는데…’라는 막연한 자존감이 실업의 굴레를 더욱 옥죄고 있다. 실력이 아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 대학의 졸업장이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몸만 고생하는 대학교육이 돼 버렸다. 또 교수들은 무슨 죄인가. 직업소개소 직원마냥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기업을 기웃거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애당초 ‘기대수준 관리’에 실패한 교육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설사 눈높이를 낮춰 취직하려 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 문호를 넓히고, 무연고 중국동포에게 방문 취업비자를 발급해주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 공급을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청년백수들의 실업 탈출구는 좁아지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청년백수들을 수용할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인력채용을 늘린다지만 100만 실업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문제는 실업의 지속이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정신적 공황마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실업으로 청춘을 보낸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더욱 처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간 대학교육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될 판이다.

 이경우부장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