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개편, 일방적 구조조정서 과학계 의견 수용으로 변화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을 추진하던 정부의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출연연 통폐합에 대해 강한 의지가 엿보였지만, 과기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최근 들어 일방적 구조조정을 포기한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

 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은 최근 “과거 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과학기술대(KAIS·현 KAIST)의 통합이 실패로 끝난 사례 등을 봐도 인위적인 통폐합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출연연에 대해 인위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특보는 대통령과 과학기술보좌관에게 이러한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지난 13일 대덕특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 정부 들어서 구조조정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데 현재로서는 정부 출연연에 대해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통폐합 추진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적으로 출연연 통폐합 추진계획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출연연에 대학과 통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하는 등 사실상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연구에 전념해야 할 출연연 종사자들이 통합 반대 투쟁에 나서고, 관련단체들이 잇따라 반대의사를 천명했다. 실제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은 KAIST의 통폐합 추진이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통합반대 투쟁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통합계획을 밝힌 적이 없어, 통합계획 중단을 선언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위관계자들이 통합 추진의사가 없음을 잇따라 밝힌 것은 성난 과기계 민심을 수습하려는 간접적인 방법인 셈이다.

 대신 정부는 통폐합보다 과기계와 함께 발전방안을 찾는 듯한 태도다.

 과학기술 분야의 시민단체인 ‘과실연’에 정부의 출연연 정책에 대한 평가와 선진국의 학연 협력모델 조사 등을 위한 용역을 의뢰한 것이나, 정부·출연연·대학 실무자가 모여 선진형 학연 협력모델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 등이 예다.

 과기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장고에 들어간 것 같다”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 정부의 출연연 정책의 잘잘못을 따져보고,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결론을 낼 수 있는 논의들이 아니고, 자칫하면 통폐합을 위한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우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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