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3단계 비상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지난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최근의 2단계에 걸친 긴축경영만으론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게다가 최근 유가 및 무연탄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밝힌 한자짓수 전기요금 상승의 타당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수익성 회복은 인선이 임박한 신임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한전, 3단계 긴축경영 조치 발동=한국전력공사는 최근 내부적으로 본사 및 6개 발전 자회사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비용감축 조치에 들어갔다. 각종 설비의 유지보수비 중 절감이 가능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긴축경영 조치는 올들어 세 번째다. 한전은 지난 5월에도 3월의 긴축경영조치를 대폭 강화, 1조원 수준의 예산을 절감하는 2단계 긴축경영 조치를 시행했다.
◇최악의 실적이 원인=3단계 긴축경영 조치는 연료비 상승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순손실을 거둘 정도로 악화된 실적 때문에 발동됐다. 한전은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4638억 86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영업 손실은 무려 1조1273억에 이른다. 한전이 반기에 순손실을 기록한 건 설립 이래 처음이다. 상반기 영업손실도 지난 2006년 상반기 214억원 적자에 이어 사상 두번째다.
한전 측은 실적악화 원인이 상반기 전력구입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19.4% 늘어난 2조 1450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전기판매수익은 1조1761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8.7%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가액 차이만 9000억원 이상이다. 전체 발전 연료 비중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과 LNG 가격이 1년간 각각 40%, 25% 가량 상승했다. 발전사에 지불하는 비용은 높아졌지만 전기요금은 고정돼 있어 수익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임 사장의 당면과제=한전의 수익성 문제는 오는 20일 한전 임시 주총에서 선임될 신임 사장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간단한 해결책은 전기요금 인상 관철이다. 한전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도 이에 공감, 최근 잠정적으로 한자릿수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물가당국의 이견으로 인상 시기와 폭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지난 7월 초 147달러를 돌파한 유가(WTI)도 최근 110달러대로 떨어졌다.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경기악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전은 임시주총에서 김쌍수 LG전자 고문, 임창건 전 한전KDN 사장, 정규석 전 데이콤 사장 중 한명을 사장으로 선임할 방침이다.
최순욱기자 choisw@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국전력공사 2004~2008년 상반기 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