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기업 사업화 지원 `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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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이 기술 개발에만 쏠려 정작 중요한 사업화(제품화)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화 성공으로 시장의 돈줄을 만들고 개발도 활성화하는 선순환 고리가 끊기면서 일자리 창출 부진과 산업경쟁력 약화라는 연쇄 부작용을 낳고 있다.

 31일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품소재 기술개발(R&D)사업은 기술개발 성공 후 3년 만에 매출이 소멸한 기업이 무려 2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불과 13%에 그쳤다.

 기술개발에 성공했더라도 정작 무대에 등장도 못 하고 사라진 기술이나 기업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부품소재산업진흥원 측은 이 같은 현상이 단발성 사업화에 따른 짧은 수익 사이클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까지 팽배한 ‘개발 성공률 고(高), 사업 성공률 저(低)’ 현상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품소재 기술개발 성공률은 평균 65%에 달해 일본·미국 등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률은 15∼16%대에 그치고 있다. 결국, 연구개발의 생산성 지수가 일본·미국 등에 현저히 뒤처지면서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와 무역역조 등으로 이어졌다. 총요소 생산성에 대한 R&D 탄력도는 일본과 미국이 각각 0.292, 0.226의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0.190수준이다.

 부품소재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가 R&D지원 예산이 산업육성 단계별 투자 비중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특히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는 사업화 단계에 대한 낮은 지원 비중이 사업화 성공을 부진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기술이전 및 사업화 촉진 관련 예산은 793억원으로 기획·연구개발 등 사업화 전 단계에 쏟아부어진 9조7629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도 장기적인 R&D의 중요성은 유지하면서도, 사업화를 전방위에서 강도 높게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