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텔레마케팅](4)해외사례-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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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텔레마케팅 산업은 ‘소비자 최우선’과 ‘자율규제’로 요약된다. 미국은 지난 2003년부터 텔레마케팅 전화를 거부할 수 있는 Do Not Call(DNC) 리스트 제도를 시행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또 업계에서는 텔레마케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자율규약을 만들어 준수하고 있다.

 ◇두 기관의 강력한 규제=미국에서는 연방무역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 두 기관이 텔레마케팅 산업에 대해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FTC는 텔레마케팅 전화를 원하지 않는 고객이 자신의 번호를 등록하면 텔레마케팅 업체에서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옵트 아웃’제도 ‘DNC 등록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DNC 제도는 지난 2003년 1월 ‘텔레마케팅 세일즈 룰(TSR)’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소비자가 직접 홈페이지(www.donotcall.gov)나 무료 전화를 통해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텔레마케팅 업체는 이 번호에 대해 전화가 금지된다. 일반 소비자의 번호 등록은 무료로 텔레마케팅 업체들은 매년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이 리스트를 열람한다. 업체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DNC리스트를 열람, 걸지 않아야 되는 번호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소비자가 다시 전화를 받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약 1억5700만개의 전화번호가 이 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등 제도가 정착 단계에 와 있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한 번 DNC 리스트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영구 보관된다.

 미국 텔레마케팅 업계는 DNC리스트 제도로써 시장이 투명해졌다고 평가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텔레마케팅 업체 ACA 마이클 맥밀란 이사는 “DNC는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 유리한 제도”라며 “이 제도를 통해 텔레마케팅이 양성화됐고 이제는 진정한 고객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FTC는 전화사기사건에 대해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도 20여 업체를 적발해 엄벌하기도 했다. 윌리엄 코바식 FTC 위원장은 “전화사기로 한 해 1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양한 감시활동을 통해 사기를 근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TC와 별도로 FCC는 ‘전화소비자보호법(TCPA)’으로 텔레서비스 업계를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화 판매 가능 상품, 전화 가능 시각 등이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업계 자율정화가 힘=미국 정부의 규제가 산업을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업계에서는 규제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텔레마케팅 업계에서는 “우리가 소비자 이슈를 무시한 것이 정부로부터 가혹한 규제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다. 미국 텔레마케팅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규약을 만들게 된 이유다.

 미국 텔레세일즈협회(ATA)는 지난해 4월 23일 연례 워싱턴 회의에서 자율 규제 조합(SRO:Self-Regulatory Organization)을 만들어 표준규약을 도출해냈다. 지난 3일 연례 워싱턴 회의에서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규약은 아웃바운드·인바운드 전화, 사생활보호, DNC 관리 등 텔레세일즈의 전반적인 사항 모두 포괄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고 있다.

 팀 브링앳 ATA 매니저는 “우리의 목표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발전을 모두 담보하는 ‘중용’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율규약의 첫머리는 ‘텔레세일즈 고객 권리장전’으로 시작됐다. 고객에게 성심성의껏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생활과 고객정보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이다. 정부의 제도를 기반으로 세부 규약을 만들었고 녹음저장방법, 모니터링, 문서의 목적 등도 담겼다. 이 규약에 의거해 텔레마케팅 업체는 고객의 전화번호, 이름, 구매패턴 등 비즈니스에 필요한 사항만 다룰 수 있다. 사회보장번호 등은 유통되지 않는다.

 재커리 라이스 ATA 이사는 “FTC, FCC 등 정부기관에서는 아웃바운드에만 규제조항을 적용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자율로 인바운드에 관한 규약을 만들었다”면서 “문제를 일으켜 규제를 받는 것보다 업계 자율로 정화시키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 콜센터로 고객관리`캐피털원`

 1988년에 설립된 캐피털원(www.capitalone.com)은 최근 10년 동안 포천 500대 기업에 선정되는 등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다.

 현재 신용카드,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연 15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고객관리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손꼽히는 캐피털원의 이런 실적 이면에는 콜센터를 통한 고객 정보 파악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관계 경영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 해 고객 정보 파악에 나서는 횟수만 5만회에 달한다. 수 많은 인력을 콜센터에 배치해 한 달에 250만통 이상의 전화를 처리하는 한편 전화 외에 실시간 웹 채팅 등으로 고객 정보 획득 경로를 다양화했다. 또 고객집단별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수립,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인프라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고객 전화 패턴을 분석했고 지능형 콜 라우팅을 도입해 고객의 전화 목적과 적임 담당자를 예측할 수 있었다. 미국 일반 가정에 대한 정보와 전형적인 고객 구매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누가 왜 전화를 하는지 알아내고 담당 상담자에게 필요한 고객 정보를 함께 넘겨줬다.

 이런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고객 문의와 불만을 점점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용도 줄어들었다. 이 밖에 고객전화를 응대하는 동안 다시 고객정보를 얻어 다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교차판매’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상담원은 회사의 CRM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고객 정보로 자동차 보험, 대출 등 다른 서비스를 판매했다.

◆재커리 라이스 ATA 디렉터 인터뷰

 “무엇보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장을 정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소비자의 불편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면 몇 백 조항에 이르는 복잡한 규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재커리 라이스 미국텔레세일즈협회(ATA, www.ataconnect.org) 대정부 담당 이사는 텔레마케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국내 업계에 이런 조언을 내놓았다. 1983년 설립된 ATA는 미국 내외의 4000개 이상의 콜센터와 180만 이상의 고용인을 대변하고 있는 미 최대 텔레마케팅 관련 협회다. ATA는 정부나 시민단체에 대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시장 분석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이스 이사에 따르면 지난 2003년 DNC리스트 제도가 생기기 전 미국에서도 소비자들이 개별 업체를 상대로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전화, 개인정보 유출, 사기전화 등에 대한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이 시점에 우리가 먼저 나서 조치를 취했다면 산업계의 위상도 높이고 보다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TA는 이런 인식 아래 현재는 자율규제(SRO)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미 정부로부터 강한 규제를 받는 아웃바운드 전화는 어쩔 수 없지만, 아직 규제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고 있는 인바운드 콜에 대해서는 업계가 나서 정화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했을 때 대기시간, 응대방법 등을 표준화하는 내용을 담을 방침이다.

 라이스 이사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텔레마케팅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텔레마케팅이 고도화된다면 아예 점원이 없는 매장 탄생도 가능하다”면서 “재택 근무를 통해 마케팅을 진행함으로써 임대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패스트푸드점 ‘웬디스’ LA 매장에서는 고객이 전화로 덴버에 있는 상담원에게 주문하는 시스템을 갖춰 놨다.

 은행 등 금융업계에서 텔레마케팅은 더욱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인의 자산과 수입 등을 기준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만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상담원의 전화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라이스 이사는 국내 업계에 고객 중심 사고를 주문한다. 그는 “한국 텔레마케팅 업계에 조언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고객 중심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객의 요구를 귀담아서 업계가 달라지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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