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일색이던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초록빛으로 물든다.
지난 1999년 옛 데이콤(현 LG데이콤)이 국내 처음으로 IDC를 개소한 이후 양적 경쟁에 치중해 온 IDC업계가 최근 ‘그린IT’로 사회공헌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무조건 큰 건물을 지어 최대한 많은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데 급급했던 IDC가 에너지 효율적인 시스템과 친환경 설계로 시선을 돌렸다. ‘전기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고 ‘그린IDC’라는 애칭을 얻기 위해 팔을 걷은 IDC의 친환경 현장을 살펴본다.
◇그린 IDC, 선택 아닌 필수=지난해까지 IDC 시장은 누가 더 큰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 안에 누가 더 최신 IT 설비를 갖추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했다. 자연스럽게 센터 신축 과정에서 IDC사업자의 초점은 ‘상면’으로 불리는 보다 많은 서버 설치 공간을 확보하는 데 맞춰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제 유가 급등, 환율 불안, 물가 상승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늘어나는 서버 자원으로 인해 증가하는 전기요금 부담이 IDC의 발목을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은 웬만한 소도시 전력 소모량과 맞먹는 IDC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켰다.
IDC업계가 취해야 할 선택은 자명하다. 누가 더 큰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누가 더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지가 IDC의 생존을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린 IDC, 서버에서 냉방까지=그린 IDC의 첫걸음은 전력 전달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류서버에서 시작됐다. KT는 지난 5월 신축한 목동 IDC에 직류서버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서 남수원 및 분당센터에 시범 적용해 전력 소비를 13% 이상 줄이는 효과를 확인한 KT는 직류서버 도입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온세텔레콤도 기존 교류전원 방식의 시스템을 직류전원 방식으로 점차 변경해나가고 있다.
냉방장치 효율화도 그린 IDC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과제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철에는 친환경 설계로 실내 냉방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LG데이콤은 냉각기류가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항온·항습기를 재배치했다. 일부 센터는 계절에 따라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실내 냉방에 활용하고, 분기별로 적외선 열화상 장치로 시스템 상태를 점검했다.
KINX는 실외기 1대당 다수의 냉각팬과 실외기별 온도센서를 설치, 냉방 효율성을 10% 이상(하절기 기준) 개선했다. 호스트웨이는 서버 앞면이 마주보도록 랙을 재배치해 서버 후면에서 발생하는 열이 장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빠져나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린 IDC, 새로운 기회=이 같은 IDC의 친환경화는 IT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저전력 서버·스토리지를 비롯해 친환경 IDC 구축 컨설팅 등이 IT 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외 서버·스토리지업체가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잇따라 공급하고 있으며, IT서비스업체는 그린 IDC 컨설팅에 힘쓰고 있다.
이슬림코리아가 KT 목동 IDC에 직류서버를 공급하고, 한국IBM이 호스트웨이의 분당 IDC 증축 과정에서 컨설팅·설계 파트너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조사기관 KRG의 강영구 책임연구원은 “IDC업계에서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IT업체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IDC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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