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서영길 티유미디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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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련한 추억과 특별한 의미를 준다. ‘순서상 맨 앞’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새로운 시작’ ‘출발’ 같은 가슴 일렁이게 하는 의미로 먼저 다가오는 것이 ‘처음’이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내 인생 많은 ‘처음’ 중 잊지 못할 ‘처음’은 바로 2005년 5월. 휴대폰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이동방송, 위성DMB 서비스를 티유미디어가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일이다. 지금이야 DMB 시청 인구가 무려 1000만명을 넘었고 외국에서도 이동방송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잘 알려진 신개념 방송으로 통신방송 융합시대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첫 상용서비스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이동방송수신이 가능한 휴대폰겸용 단말기 제작도 그 어려움의 하나였다. 위성신호와 갭필러 중계 신호를 모두 수신할 수 있어야 하고 양질의 비디오 화질과 오디오 음질을 구현하는 첨단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며 2005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삼성전자의 SCH-B100 단말기, 일명 ‘도끼폰’은 지금도 소중한 추억과 함께 내 책상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소장품이다.

 처음이기에 힘들었고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많았던 SCH-B100은 수많은 기술적 난관과 어려움으로 수차례나 약속된 기한을 넘기는 진통 끝에 그해 1월 티유미디어 시험방송 직전에서야 극적으로 완성, 티유미디어에 세계 최초 휴대이동방송 상용화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세계 최초 위성DMB방송 수신 휴대폰 SCH-B100’ 지금 보면 다소 투박한 디자인에 묵직한 모습이지만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이동방송 서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 세계에 IT강국 코리아와 티유미디어를 널리 알려 놀라움을 선사했던 대단한 역할을 한 모델이다.

 물론 SCH-B100이 티유미디어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다. 성공적 출시를 위해 밤을 잊어가며 동고동락한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연구진과 관련 업체들의 땀으로 탄생한 소중한 결과물이다. 특히 당시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의 열성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는 이 단말기를 볼 때마다 당시의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과 도와주었던 많은 분에 대한 고마움 등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제 티유미디어가 위성DMB 방송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지났고 DMB서비스가 대중화됐다. 단말기는 소형화됐고 다기능으로 무장한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의 나 역시 좀 더 가벼워지고 편리해진 위성DMB폰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내 바지 주머니를 축 늘어뜨리던, 묵직하지만 자부심이 느껴지던 내 처음을 빛나게 해준 최초의 위성DMB폰, SCH-B100이 그리워지곤 한다.

 yksuh@tu4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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