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예술인의 다리~생루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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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강을 따라 달리는 72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 예술인의 다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양 옆에 작은 전시회가 펼쳐지는 나무 다리를 발견하게 된다.

 센강 위에서 자유롭고 젊은 예술혼이 펼쳐지는 곳. 예술인의 다리에서는 팔레스타인 출신 작가의 사진전을 느린 걸음으로 보는 관람객과 다리 바닥에 앉아 자신만의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뜨거운 열정과 느긋한 여유가 공존하는 이 다리는 오직 걸어서만 건널 수 있다. 센강을 바라보며 다리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발에 닿는 나무의 촉감을 느끼며 이 다리를 건너면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시테 섬으로 연결된다. 북적대는 사람들과 주변의 관광 상품점이 멀리서도 이곳이 나폴레옹 대관식과 파리 해방 기념 국민 예배 등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명소에 다다랐음을 알게 해준다.

 불완전한 육체로 완전한 사랑을 실현한 콰지모도를 느끼고 싶다면 성당 앞보다는 뒤편 공원 벤치에 잠시 머물러 보기를 권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아 비교적 한적한 편이어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되새겨 보는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빅토프 위고 소설의 배경인 1830년대의 공간에서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Wi-Fi’ 표지를 곳곳에서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노트르담 성당을 뒤로 조금 더 걸어가면 생루이 섬으로 연결된다.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 바로 오른편에는 2차 대전 때 강제 이송된 유태인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노트르담 성당 같은 관광명소는 아니지만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장난감 집처럼 조그만 상점들이 늘어선 생루이 섬은 삼십 분이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17세기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어 파리 시내에서도 가장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장소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2유로짜리 아이스크림을 들고 직접 디자인한 액세서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 곳곳을 둘러보는 것이 생루이 섬 관광 요령. 다소 고가의 물건이 많아 선뜻 주머니가 열어지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또 다른 파리를 눈으로나마 느끼게 해준다. 이수운기자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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