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 아직도 자리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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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제도 시행이 2년 6개월을 넘어섰지만 가입률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2월 초 퇴직연금 사업이 도입된 후 지난 4월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3조4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퇴직연금제도 이전에 실행했던 퇴직보험까지 포함해도 30조원 안팎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당초 2010년까지 100조원이 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기업 가입 현황이 저조한 것으로 지적된다. 가입 형태를 보면 기업 3만6000여 개, 가입자 수 64만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중소업체에 국한돼 기업당 가입자 수는 17.4명에 불과한 상태다.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66곳이 도입해 전체 500인 이상 사업장 중 17.2%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퇴직연금의 실질 소득 대체율이 12.6%로 권장수준인 20∼30%를 크게 밀돌고 있어 향후 노후소득보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최형준 연구위원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06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9.1%에서 2019년 14%로 늘어나 이들의 안정적 소득 마련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50%대에서 점차 줄고 있어 퇴직연금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밖에 없다며 퇴직연금의 활성화가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존 퇴직금의 경우 한해 부실기업의 도산으로 매년 5000여명이 2000억원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근로자의 안정적 퇴직생활 마련을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 활성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저조한데 대해 사업자들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존 퇴직금 제도보다 퇴직연금제도를 더 선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례로 퇴직 유보금에 대한 손비 인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정부가 2010년까지 기업의 퇴직 유보금을 손비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굳이 퇴직연금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다. 이 경우 기업도 퇴직금에 손을 대는 일이 없어 경영투명성이 강화되고 근로자는 퇴직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 손비 인정이 폐지돼야 한다는 게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예금자 보호제도의 미적용 대상이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예금자 보호제도가 의무화가 아니어서 비용이 들어가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금융사나 상품이 도산할 경우 법적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점도 제도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현재의 퇴직금 제도처럼 중간정산에 대한 허용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퇴직연금 유치 실무를 다루는 우리투자증권 박원석 과장은 “현행 퇴직금은 중산정산 개념이 있어 주택구입이나 학자금 등 목돈이 필요할 때 꺼내쓰는 게 허용되지만 퇴직연금은 중도 인출이 안돼 근로자의 가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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