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에는 ‘이노베이션잼(InnovationJam)’이라는 글로벌 커뮤니티 시스템이 있다. ‘혁신’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이뤄내기 위해 IBM 임직원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혁신 네트워크다.
나는 최근 이 시스템을 활용해 차세대 중소 기업 서버 및 솔루션에 대한 연구의 해답을 얻었다.
처음 고민은 ‘중소 병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구현하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였다. 대부분 의료 분야 IT솔루션 구축 경험이 있는 지역 시스템통합(SI)사업자를 추천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후 해당 SI사업자는 접수, 예약, 의료 기록 관리, 보험 처리 등 의료 분야의 전문 솔루션과 e메일, 인터넷전화(VoIP), 인사, 회계, 보안 등의 일반 기업 솔루션을 개별 병원의 요구에 맞춰 통하고 이를 사업장 내부, 또는 원격서버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게 관례다. 종합병원이라면 컨설팅, 벤치마킹, 파일럿 프로그램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IT솔루션을 최적화하겠지만 중소병원에서는 지역 SI사업자의 시스템과 솔루션에 대한 다소 제한적인 경험에 의존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에 다다랐다. 여기에서 ‘병원’을 학교, 학원, 법률 사무소, 프랜차이즈, 공장 등 여타의 중소 기업 환경으로 대체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고민은 아이팟이나 아이튠스, 구글과 아마존 등 컨슈머 서비스처럼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IT’ 대표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을까였다. 중소기업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서버 하드웨어에 미리 탑재해 박스를 풀고 전원과 네트워크 케이블만 연결하면 곧바로 동작할 수 있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았다. 나아가 SaaS(Software-as-a-Service), 웹2.0,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인터넷을 이용한 솔루션과 기업 내부에 설치되는 서버를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IT 표준 솔루션으로까지 생각이 확대됐다. 메인프레임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엔터프라이즈 IT와 디지털 정보 가전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 IT에 비해 중소기업 IT 플랫폼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반면에 최근 세계화의 확산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이 연간 500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노베이션잼’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에서와 같이 서버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미리 통합해 제공하고, 온라인 소프트웨어 마켓플레이스로 IT 솔루션을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하는 신개념 플랫폼에 기반한 차세대 중소기업 서버와 솔루션을 제안했다.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시제품을 개발해 IBM 왓슨연구소와 본사의 최고위층 중역들에게 시연했다.
결국 나의 연구는 IBM이 2006년 실시한 이노베이션잼에서 4만6000개 아이디어 중 최종 10개의 이노베이션 과제(Simplified Business Engines)에 선정됐고 이후 이후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발표된 중소기업의 블레이드 서버 ‘블레이드센터 S’로 외화됐다. 또 지난달 발표된 차세대 IT 플랫폼 ‘블루 비즈니스’라는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블루 비즈니스는 통합 서버(Lotus Foundations Start)와 애플리케이션 마켓플레이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통합 프레임워크 등으로 구성돼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자신들의 IT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사장될 수도 있었던 아이디어가 중소 기업 혁신을 위한 인프라로 탈바꿈한 데에는 혁신의 동료들과 시스템이 있었다.
뉴욕(미국)=최종혁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공학박사 jongchoi@us.ibm.com
많이 본 뉴스
-
1
삼성, 첨단 패키징 공급망 재편 예고…'소부장 원점 재검토'
-
2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5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6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7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8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9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10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