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는 시민과 함께 자란다

 ‘6·10 촛불 시위’가 전 세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중국 신경보까지 1면을 장식했다. 촛불로 밤하늘을 비춘 ‘아래로부터의 울림’에 전 세계도 신선한 충격과 관심을 표명했다.

 시민사회란 하루하루 성장하는 유기적 생물임을 6.10 시위는 다시 깨우쳐 줬다. 착잡한 심경을 토로한 이명박 대통령은 44년 전 한일협정 반대 운동에 참가한 경험을 떠올렸고, 386세대는 21년 전 6·10 항쟁의 울분을 다시 삼켰으며 10대와 20대는 2002년 월드컵 축제 정신을 모았다. 아픔 혹은 감동으로 기억되는 이런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오지 않았더라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적 성장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평화적 시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촛불 시위의 중심에 ‘훌륭한 도구로서의 정보기술(IT)’이 있었다는 점은 새로운 경험이다. 도구란 ‘칼’과 같아서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다. 인터넷을 정보의 창구에서 ‘소셜네트워킹미디어(Social Networking Media)’로 진화시킨 것은 IT강국 코리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것은 인류가 새롭게 발견한 미디어다. 인터넷 토론방에서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시민들이 생중계한 내용에 댓글을 달고 다음 주제를 생산해 내는 ‘사회적 교류미디어’다. 이 소셜네트워킹미디어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시 접속해 다운시키는 ‘위력(?)’을 보이고 쉽게 흥분하고 동요도 했지만, 잘못된 정보에 대해선 자정하고 비폭력을 끝까지 사수해야 할 선으로 정하는 ‘위대함’도 보여줬다.

 우리가 원천 기술을 가졌다며 그리 자랑했던 휴대형 인터넷 ‘와이브로’의 우수함도 시민 생중계를 통해서 확인되지 않았던가. 이명박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의 도화선이었던 ‘쇠고기 정국’은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 총사의를 표명했고 새 협상단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소셜네트워킹미디어는 누군가의 정치적 노림수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생산적인 결실을 봐야 한다. 사회는 성장하고 눈부신 기술도 성숙한 사회만큼 쓰임새가 자란다.

 류현정기자<국제부> dreamsho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