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자가 주도하는 교통카드 전국 호환사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교통카드 전국 호환 시범사업에 나서면서 중복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정부는 교통카드 시스템이 공공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미 민간차원에서 검증이 끝난 표준카드규격(KSX6924) 등의 시범서비스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반면에 민간 사업자들은 이를 예산 낭비라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스마트카드·이비·마이비 등 주요 카드 사업자는 오는 8월 서울·경기·인천·광주·부산 등 대도시 호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해양부는 2012년까지 570억원을 들여 교통카드 전국 호환을 완료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해 1차로 36억원을 투자해 시스템 개발과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토부가 진행할 연구개발(R&D) 시범사업이 이미 민간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중복된다는 점이다. 별도의 사업이 아니라 같은 표준과 같은 사업 내용을,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해 예산을 들여 중복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교통카드 사용률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3개 사업자와 국토해양부는 몇 차례 회합을 가졌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별도로 R&D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국토해양부는 산하기관인 건설기술평가원 R&D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IC카드연구센터와 개발을 진행 중이다.
권병윤 도시광역교통과 과장은 “교통카드 전국호환 사업은 공적인 성격이 짙어 민간 사업자에게 100% 맡길 수 없다”며 “국가에서 주도해 표준과 시범 서비스를 진행, 군소도시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정부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정부는 사업자들이 시장을 독식하기 위해 호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민간 사업자 관계자는 “국토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완료한 카드·단말기 개발 내용과 똑같다”면서 “전국 호환 사업은 이미 민간이 정부보다 앞서서 진행하고 있는데 국토부가 나서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정윤기자 jy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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