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끼가 나면 예전 어르신들은 붓이나 펜으로 발바닥에 글자를 써주곤 했다.
대개 ‘天’ ‘地’ ‘天平’ ‘地平’이라고 썼다. 위 눈꺼풀에 난 것인지, 아래 눈꺼풀에 난 것인지에 따라 구분을 지어 쓰기도 하고, 그냥 구분 없이 쓰기도 하고 그랬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의외로 이 방법으로 가벼운 다래끼를 해결하는 때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다래끼가 나는 것은, 피곤하거나 소화기관이 편치 않을 때 기운이 위로 몰려 눈 주위에 쏠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풀어지지 못하고 누적되니 기운과 피가 나갈 곳을 찾지 못해서 뭉치게 되고 성을 내는 것이 다래끼다.
한의학적으로 다래끼를 간단히 치료하는 방법 중에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 쪽에 있는 소상혈(少商穴)과 은백혈(隱白穴)에서 사혈(瀉血), 즉 피를 조금 빼는 것이 있다. 이것으로 모든 다래끼가 치료되지는 않지만 대부분 치료 효과가 아주 좋다. 경락(經絡)을 통해주어 치료하는 방법이다. 경락상의 원리는 조금 복잡해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고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눈꺼풀과 경락상 통하는 지점 맨 끝에서 피를 조금 빼서 눈꺼풀 쪽으로 쏠린 기혈(氣血)을 풀어내리는 것이다(이 지점들은 피곤과 소화 상태와도 관련이 깊다).
발바닥에 글씨를 쓰는 것은 전체적으로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려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발바닥에 실제로 자극이 되기도 하고, 발바닥에 글씨가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인식해서 기운을 내려오게 만드는 면도 있다. 글자의 의미는 생략하더라도, 어쨌든 발바닥에 글씨를 쓰는 것이 위쪽으로 쏠린 기운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눈꺼풀로 쏠린 기혈을 서서히 내려오게 만들어서 다래끼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주로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은데, 아이들은 기운의 변화가 빠르고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이다. 침 맞기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간단하게 다래끼를 치료하고자 했던 옛 어른들의 지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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