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저작권 침해의 덫]"당신의 자녀, 범법자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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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 △△경찰서 △△△ 반장입니다. 불법 인터넷 업로드로 인해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충청도에 사는 김모씨(여·55)는 자동응답전화기에서 들여오는 녹음 내용에 화들짝 놀랐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하면서, 혹시나 해서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담당 수사관에 따르면 2007년 △월 인터넷 공유사이트에서 파일 업로드를 했고, 합의를 봐야 한다는 답변이 들려 왔다. 자신의 딸이 파일공유사이트에서 업로드한 콘텐츠를 무단으로 공유했던 것이었다. ㅅ법무법인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부터 퉁명스럽게 대하던 여직원은 “생활보호대상사 증명서류 떼오면 50만원까지 됩니다”며 귀찮은 듯 전화를 끊었다.

#공포의 주범, 시간차 공격

대학생 윤모군(21)은 웹하드 ㄷ사이트에 인기만화를 업로드했다가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윤군은 합의를 보기로 생각을 굳혔다. 그는 최근 모든 웹하드 사이트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윤군은 늘 불안하다. 또 다른 파일로 인해 언제든지 또 다른 법무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군은 “이번 사건으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합의금 액수산정 및 돈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법무법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저작권자들과 이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몇몇 법무법인들의 무차별적인 고소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이들은 저작권 위반의 경중에 상관없이, 또 대상자를 가리지 않고 형사 고소를 남발해 인터넷에 익숙한 대다수의 청소년을 범법자로 몰고 있다.

전자신문 탐사보도팀이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전국 검찰청 및 서울 주요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사건 현황을 행정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07년 한 해 동안 전국 18개 검찰청에서 접수된 저작권법 위반사건은 총 2만3741건으로, 2006년 1만5520건에 비해 약 53% 증가했다.

특히 저작권 단체 및 저작권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들이 불법적인 파일 공유 및 업로드 단속에 본격 나서면서 일선 경찰서와 검찰청에 접수되는 고소 건수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타인의 창작물을 복사, 배포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행위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대해 무지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특히 불법 파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들에게 무차별 형법의 잣대를 대는 것이 합리적인지 따져볼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를 당한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건당 60만원을 웃도는 합의금을 마련해 합의를 보지 않으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형을 받으면 전과 기록이 남는다.

특히 소설·게임·만화 등 파일 여러편을 업로드한 학생은 법무법인들의 이른바 시간차 공격을 우려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낸다. 각각의 권리권자로부터 고소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취재팀이 지난 두 달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불법을 방조하는 일부 웹하드 및 P2P 파일 공유 사이트들로 인해 인터넷이 잠재적 범법자를 무더기로 양산하는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일부 파일공유 사이트는 자동 업로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암호설정을 하지 않고 내려받은 소설이나 만화는 자동으로 업로드된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업로드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를 당한 청소년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P2P 자동 업로드 기능 때문에 고소를 당한 한 여학생은 “ㅇ사이트는 ‘공유하지 않음’이라고 사용자가 기능을 설장해 놓지 않으면 자동으로 받은 파일이 공유가 된다”며 “이번에 고소사실을 알고 모든 자료를 삭제했다”고 털어놨다.

ㅇ사이트 관계자는 “암호 설정에 대한 공지가 뜬다”며 “이것은 개인의 관리 문제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저작권 단체 및 이들 기관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들은 주로 P2P·웹하드 등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보다 힘 없는 개인을 위주로 단속을 벌여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대한 소송보다는 개개인의 저작권법 위반 사건을 취급하는 게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 대한 고소·고발은 불법 콘텐츠 방조 혐의에 대한 책임 규명이 힘들고 소송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권은희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은 “단지 운영자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 계속 증거 수집 중이다. 하지만 증거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구본진)는 나우콤(피디박스 클럽박스), KTH(아이디스크) 등 8개 웹하드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구본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대한 수사를 빨리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탐사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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