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벤처 인재확보 인센티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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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코스닥에 상장한 A 벤처기업의 B 사장을 만났다. 통화만 몇 번 하다가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B 사장은 대뜸 한마디 던진다.

 “(요즘에는) ‘하이 리턴’이 보장돼야 ‘하이 리스크’를 안고 뛰어듭니다.” 잠자코 앉아 있었더니 말을 이었다.

“초창기에는 벤처기업이 하이리스크를 지고 갔지만 스타트 업을 벗어난 약간 성숙한 회사는 경쟁력 확보에 고민이 많습니다. 기업이 성장했을 때 직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연봉, 아니면 스톡옵션?” 여기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감이 안 잡혔다. 왜 이 양반이 이런 이야기를 할까.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이내 B 사장은 궁금증을 풀어줬다. 얼마 전 한 협회 이사회에 갔다가 벤처기업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왔다는 것이다. 스타트 업을 막 벗어나 한층 도약하기 위해 ‘일당백’ 하는 인재가 필요한데 이런 인재가 떠난다고 할 때 도무지 붙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물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떠나겠다는데 아직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으로서는 잡을 수 없는 일이다. 속수무책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인재들에게 대우를 잘해주기는 해야 하겠는데 대기업처럼 연봉을 올려줄 형편이 못된다. 스톡옵션을 주자니 장외기업이 됐건 상장기업이 됐건 액면가를 훌쩍 뛰어넘어 받으려 하지 않는다. 여러 모로 딜레마다.

B 사장은 협회 이사회에 가서 들었다며 중소기업 강국이라 일컫는 대만의 예를 들었다. 대만의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데 밑받침이 된 것은 ‘인재 관련 인센티브’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중소기업이 이익을 내면 이익의 10%를 주식을 액면가로 발행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준다는 내용이다. B 사장은 이런 인센티브 정책이 고급인력 중심의 벤처기업과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B 사장은 인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직장을 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점점 높아진다고 하는데 막상 대학에 가서 인재를 모집해보면 결과가 시원찮다. 어렵사리 병역특례기업 지정을 받았는데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기업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인재가 없이는 비전을 만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90% 이상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역시 중소·벤처기업이 근간이자 비전이다. 국가 비전을 찾고자 한다면, 성장위주의 정책을 지향한다면 벤처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필수적이다. 그중 인재 확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인재가 있을 때 기업은 리스크를 지고 도전한다. 도전정신을 가진 벤처가 많을 때 국가가 튼튼해진다.

B 사장은 인재 확보 차원에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직원이 나눠 갖게 하는 인센티브 지원 정책을 국가가 펴고, 이것이 활성화되면 기업의 리소스가 개선되고 선순환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부가 인센티브 정책 관점에서 인재 지원을 했는데도 벤처가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그건 벤처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B 사장은 단언했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