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체계` 뜨거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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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나 극장 등 전력을 직접 사용하는 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해 전기료 부담을 낮춰 달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한국전력공사 등 전력을 공급하는 측에서는 연료비 상승분과 연동해 전기요금을 높이고 산업용·일반용 등으로 구분된 요금체계를 통합, 발전 원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팽팽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전기요금 체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의 실제 구매 가격과 생산 원가가 직접 연동되지 않고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산업용·일반용 등 용도 간 가격 격차, 낮은 심야 전력요금제도, 주택용 누진요금제 등도 특징이다.

 전력업계는 무엇보다 최근 급격하게 오른 석탄·원유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전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영국·일본 등은 원료비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전기요금을 높였지만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했는데도 전기요금이 2000년과 동일하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된다.

 또 다른 특징도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유발하고 시장 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다. 전기요금에 원가 상승을 반영하고 산업용 및 일반용으로 구분된 요금제도도 단기적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계는 무엇보다도 부담이 적은 산업용 전기요금 적용을 바란다. 산업용과 일반용 요금 통합을 주장하는 전력업계 주장과는 배척된다. IDC·극장 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IDC는 IT 산업의 기본 인프라임에도, 극장은 영화라는 콘텐츠가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는 산업 현장이라는 점에서 일반 전기료보다 18∼24%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IDC와 극장의 전기요금 비중이 각각 20∼40%, 3∼5%고 산업에서 현실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게 주장을 뒷받침한다. 본지 3월 18일자 20면 참조

 전기위원회나 지식경제부는 난처한 입장이다. 일단은 특정 산업만 전기요금을 내린다는 것에 부정적이다. 한두 산업군의 전기요금을 내렸을 때 발생하는 전기요금 손실분을 어디선가 충당해야 하는데 다른 산업 부문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어려울 뿐더러 발전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전기위원회 전기소비자보호팀장은 “전력요금은 단일 업계의 이해관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범정부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 등 전기료 인상요인이 대두되고, 그린IT 차원에서 전력소모 감소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특정 업계의 전기료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물가와 직결된 전기요금을 전력업계 요구대로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정책 당국은 다만 장기적으로 용도별 전기요금 격차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준·최순욱기자 newlevel@

 

◇ 일반요금 적용받는 IDC 왜 문제?

 IDC 업계가 쓰는 전기에 산업용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유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9년 옛 데이콤이 국내 처음으로 IDC를 개소한 이후 ‘부동산임대업’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전자상거래지원센터 등에 제한적으로 산업용 요금이 적용됐고, 올해 초에는 ‘지식서비스산업(특례)’ 요금제가 △나노연구시설 △SW진흥단지 등에 도입됐다. IDC는 여기서도 제외됐다.

 IDC업계가 줄곧 산업용 적용을 주장해왔지만 먹혀들지 않았고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다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초 IDC협의회가 정책건의서를 제출한 데 이어 최근 발족한 데이터센터장협의회 역시 최우선사업이자 역점사업으로 전력요금문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정책 당국은 발전원가가 상승하는 판국에 요금을 올리기도 어려운 산업용 적용의 확산에 난색을 표명했다. 전력업계는 되레 일반과 산업 요금제 구분의 폐지를 원한다.

 IDC의 전력요금 원가비율은 20∼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년 365일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IDC의 특성상 여름철 할증요금은 가장 큰 부담요인이다. 제조업체처럼 심야조업이나 에어컨 운영 단축조치 등을 취할 수 없는 IDC로서는 여름이 ‘보릿고개’에 가깝다.

 높은 전력요금 부담은 자연스레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자칫 시스템 장애로 수많은 닷컴기업의 비즈니스가 멈추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IDC는 단순한 서버 창고가 아닌 수많은 중소기업의 통합전산실”이라며 “정보통신임대시설 수준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IDC 업계가 요금 인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 IDC 구현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무턱대고 요금 인하를 주장할 수 없지 않냐”며 “업계가 먼저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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