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요금제를 도입해 ‘가격 인하 전쟁’에 나섰던 미국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99.99달러에 무제한 음성통화를 내세웠던 AT&T와 버라이즌은 가입자를 대폭 추가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반면, 데이터 정액제를 도입한 스프린트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라이즌은 지난 1분기 순이익이 9.8% 증가한 16억4000만달러(주당 57센트)를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매출은 5.5%가 증가한 238억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순이익은 15억달러(주당 51센트), 매출은 226억달러였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2월 판매를 시작한 무제한 정액요금제 때문인 것으로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달에 99.99달러만 내면 휴대폰을 맘껏 쓸 수 있는 이 요금제 덕분에 버라이즌의 가입자는 이 기간동안 150만명이나 추가돼 총 6720만명(3월말 기준)으로 늘어났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AT&T도 130만명의 가입자를 추가해 전체 가입자가 7140만명으로 증가했다.
정액제 도입 이후 버라이즌의 가입자중 99달러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는 비중은 4%에서 13%까지 대폭 증가했다. AT&T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반면 가격 인하 경쟁에 비교적 늦게 대응한 스프린트는 AT&T와 버라이즌에 가입자를 상당수 빼앗겼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부진을 거듭해 체력이 약해진 스프린트는 음성통화 대신 데이터 요금에만 정액제를 도입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스프린트가 1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빼앗길 것으로 내다봤다. 스프린트의 1분기 실적은 내달 발표된다.
한편, 버라이즌의 실적호조에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세도 한 몫했다. DSL 가입자와 광네트워크(FiOS) 가입자가 각각 4000명과 26만2000명이 늘어났다. FiOS TV 가입자도 26만3000명이 늘어 총 120만명 수준이 됐다. 반면 유선전화 가입자는 8.2%가 줄어들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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