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계는 지금 `인터넷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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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의대의 대니얼 샌즈 임상 조교수는 환자들과 정기적으로 e메일을 주고 받는다. 환자의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수시로 쏟아지는 환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다. 그는 또 8년 전인 지난 2000년부터 하버드 의대 부속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메디컬센터 웹사이트에서 병원 환자들을 상대로 무료 인터넷 상담을 벌이고 있다.

 샌즈 교수가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 트레오는 밀려드는 문자메시지로 4시간마다 사서함을 비워야 한다. 대부분은 만성 질환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새로 나타난 증상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이다.

 미 의료계가 인터넷 시대에 맞춰 서서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소아과 학회지에 게재된 피츠버그대학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의사들은 평균 하루 한 통 꼴로 e메일 진료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 중 57%는 전화보다 e메일 응답이 빠르다고 답변했다. 의사에게 e메일 진료 상담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미국 가정 121가구 중 40%는 업무시간 이후 e메일을 보냈으며 94%는 긴급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진료 상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초를 다투는 위독한 상황을 제외하면 e메일이 환자와 의사의 상호소통을 원활히 하는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분야의 ‘인터넷화’는 여전히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매우 더딘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맨하탄 리서치가 지난해 1353명의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e메일 의료상담을 하는 환자 수는 2000년 400만명에서 2007년 2900만명으로 급증했지만 환자의 e메일 문의에 답변하는 의사는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거나, 업무가 너무 바빠서 혹은 자신의 진료 상담 내용이 e메일에 남아 행여 의료분쟁의 증거자료가 될 것을 우려해서 등 각양각색이다.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현상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관 퓨 인터넷(Pew Internet& American Life Project)의 수잔나 폭스 연구원은 “우리는 온라인으로 세금을 내고 물건을 구입하며 은행 계좌를 관리하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아직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사회 내부에서도 각성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과거 1800년대 후반 전화가 보급되던 초창기, 진료에 지장이 있다며 전화상담을 꺼렸던 의사들이 있듯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느리지만 결국 인터넷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베스 이스라엘 병원의 톰 델반코 박사는 “인터넷 진료가 의사들의 일상업무가 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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